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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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2025 늦여름,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9월이었다. 표제를 따라 8월에 읽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아직 가을이 오기 전이라 우리팀의 시즌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8월의 고쇼 그라운드'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을, 벌써 야구팬들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우리팀은 가을에도 야구를 한다. 할 것이다. 안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 가을이 어느 가을인지도 말하지 않았지만. 처음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소개를 읽다가 눈을 의심했다. "여름, 우리는 패자였고 그래서 더 빛났다." 무슨, 소리인지. 단체로 삭발이라도 하고 바로 훈련이라도 떠났나. 삭발. 패자라서 더 빛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우리팀일때 얘기고, 청춘들의 그라운드는 또 다른 방법으로 빛날지도 모른다. 비소식에 경기도, 순위 싸움도 잠시 소강된 지금 새로운 그라운드로 잠시 다녀왔다. 

 그라운드로 떠나기 전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한 이야기가 있었다. '역전'이라는 대회 이름은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설명을 보니 이어달리기나 다름 없었다. 한참 경기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데 사카토가 왼쪽이라고 하는 순간 탄식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못찾는다고? 정신차려, 임마. 개인전도 아니고 단체 경기를 그런 식으로 할거야? 그 한마디를 기억 못 할 거라면 장갑으로라도 표시를 할 것이지, 미스터리고 뭐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경기와는 별개로 사카토의 어리지만 순수한 마음과 사오리의 솔직한 마음이 교차되는 동안 귀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아라가키 선수가 너무 멋있어서 또 탄식이 나왔다. 
" "사과보다, 네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네?" 
"내년에 다시, 여기에 오는 거야. 네가 달리고, 저 친구도 데려오는 거야. 그리고 미야코오지를 함께 달리는거지. 그게 전부야." 74" 160년 전의 신센구미의 흔적조차 떠오르지 않을만큼 멋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라니, 청춘판타지가 여기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표제작보다 더 좋았다. 

 갑자기 달리기 이야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번갈아 이어지는 두개의 연작인가 싶었는데, 그 뒤로는 쭉 야구이야기다. 사실 야구를 하긴 하지만 야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중심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갑자기 대학 졸업반 정도로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반짝이는 청춘의 느낌보다 졸업을 앞둔 막 학년의 찌듦, 교수님의 야구 시합 아바타의 기운이 물씬 느껴져서 기대가 무너졌다. 대학-사회인 야구말고 고시엔 가는 반짝반짝 열정 청춘 야구물로 다시 끓여오시라. 거기에 샤오 씨의 등장과 에이짱의 영입으로 달아오른 승부마저 한순간 싸늘하게 가라앉을만한 '가설과 검증'이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이 문제 역시 이쪽 입장에선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야구 이야기를 더 기대하긴 했지만 마라톤 경기가 속도감이나 등장 인물들이 더 인상적인 면이 많아서 재밌었다. 

 '기묘하고 찬란한 청춘 판타지'라는 표현이 그대로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다녀온 적 있는 독자라면 좀 더 현장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도 교토에 다녀온 적이 없어 지도를 보면서도, 지역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장소를 떠올릴 수 없어 아쉬웠다. 가벼운 스포츠와 미스터리를 곁들인 소설로 속도감있게 잘 읽히는 편이니 경기가 없는 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 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계절과 함께 즐겨볼만한 시즌책이니 9월 한낮의 더위가 다 꺾이기 전에 '8월의 고쇼 그라운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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