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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2025.하반기 - 제51권 2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5년 7월
평점 :
때로 들려오는 한국문학의 반년간지 출간 소식은 항상 반갑다.
떠남과 부고로 시작하는 하반기여서일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글들 사이로 울적함이 쌓였다. 여름이 가는 것은 반가웠는데 한 해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함께 지나버린 듯하다. 입추가 지나고 난 뒤로 한국인들은 단체로 벌써 가을이 온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하던데,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공기가 달라, 하는 말이 옮아 닿은 것처럼 하반기 호에서는 짙은 분위기가 묻어나는 듯 했다. 이야기에는 사건과 갈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법인데, 알면서도 이 감각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고 죽음과 이별이 어디쯤 나타나서 증명해줄지 헤아리며 읽었다. 근데 진짜 하반기라 그런가 분위기가 좀 다르다니까, 하면서.
시에서는 고명재의 '당신 뒤를 따라 걷는 게 좋았다'를 읽는 동안 좋았다. 귤 향이 나는 사람은 제주도에서 왔고, 솔 향이 나는 사람은 절에서 자랐고, 손이 따뜻한 사람은 목조건물에서 살았고, 목소리가 따스한 사람은 쑥차를 즐겨 마셨다고 삶의 흔적이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발견하기/믿기 좋아하는 소소함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월요일의 아이는 예쁘고], 하는 '마더구스'의 동요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바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큰 근거가 없는데도 늘 관심을 끈다. 혈액형이나 별자리, mbti도 그런 것처럼.
'혼모노'가 정말 상반기를 장악한 소설이나 다름 없었나 싶게 등장했다.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로도 유명한 이 소설을 안 읽고 잘 버티고 있었는데, 임정연의 '구심과 원심의 풍경들'에서 마침내 혼모노를 발견했을때 찾아 읽어야지 어쩔 도리가 없구나 싶어졌다. 이전 좌담의 주제가 '우리 시대 2030세대의 문학 트렌드'였는데 요즘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연예인, 특히 아이돌과 연관된 팬 문화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다. 이런 소설들은 팬질에 익숙한 세대에게 소름돋게 현실적이고 웃픈 내용으로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이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는지 대학생 창작교실에서도 '죽여주는 생일/이채원' 아이돌 제이스를 덕질하는 황서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요즘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박지영'를 읽고 있는데 이 연예인과 팬의 관계성 때문인지, 병크와 탈덕의 광기같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은 좀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주는 핫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맞기 때문에 이 소설과 함께 좌담과 비평의 눈을 관심갖고 즐겁게 읽었다.
떠남을 만남으로 고쳐 볼 수 있을까, 25년 하반기호를 읽으며 성급히도 26년의 상반기호를 헤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