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 소란한 삶에 여백을 만드는 쉼의 철학
이영길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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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61쪽 1장의 끝부분에 있는 '쉼 결핍 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길 권한다. 이유는 이런 자가 진단을 해보는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서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2번과 10번 질문에 답을 하면서 큰 공감을 했는데,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먼저 확인해보니 책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책 내용 곳곳에 이런 자가 진단 테스트가 몇 가지 더 있는데 해당하는 장의 마지막 부분보다 맨 앞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6장과 7장의 뒷부분에 자가 진단이 있으니 원한다면 진단을 먼저 해보고 읽어도 좋겠다. 

" 우리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건 '당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당신의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지'이다. p16" 

처음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책의 제목을 통해 삶의 물리적 '여백'을 먼저 떠올렸지만, 책의 내용은 심리적 여백 '쉼'을 먼저 권하고 있었다. 얼핏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목적지를 향한 것이라 개의치 않고 반기며 읽었다. 게으른 성격 탓에 나는 잘 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쉰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했다고 은연 중에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잘 쉬고 있는 것일까? 하얗게 비워진 여백이라 생각했던 공간이 사실은 까맣게 채워진 상실과 부채였던 것은 아닐까? 쉼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그려나가야 좋은 것일까? 책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갖게 만들고 또 답을 구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일과 휴식/멈춤과 욕망, 웃음/기쁨, 속도/조급함, 사랑 등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 삶에서의 쉼을 재조명하고 있다. 다른 것보다 4장의 내용 '내일의 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회(115)'이 항상 의견이 분분한 주제와 닿아있고, 개인적으로도 중심을 어느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삶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늘의 행복을 뒤로 미룬채 앞으로 달려나갈 수 만은 없는 것도 맞다. 어떤 것이 맞고 그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매 순간 적절한 절제와 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읽고 배우고 생각하며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요즘은 5장에서 다룬 '욕망'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어서 특히 관심있게 읽었다. 특히 소비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와 욕망, 소비행위를 비교하며 고민하곤 한다. 소비행위 자체를 하고 싶어서, 그저 가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과 돈과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한다. 대체로 감각을 자극하는 동기가 사고를 마비시키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절제(146)'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니 직접 체득한 실전 자기 조절 능력과 절제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마트에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는 것이다. 나만의 경우인지 모르겠는데 공복 상태로 장을 볼 때와 배부른 상태로 장을 볼 때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의 양이 달라진다. "제대로 쉰 사람은 배부르게 먹고 잠든 아이처럼 만족스럽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149)"는 책의 내용처럼 결핍이 없는 상태에서 더 절제를 하기 쉬워지는 것을 직접 경험해왔기 때문에 확 와닿는 내용이었다. 

책의 좋은점은 쉼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유지해 온 삶의 방식에서 한 걸음 떨어져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새롭게 환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것도 있지만, 소소하게는 각 단락마다 유명인들의 격언을 하나씩 담아 놓아 눈길을 끄는 요소들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게 될 기술이 그들을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_올더스 헉슬리(87)"의 날카로운 격언이나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점점 더 혼자다.(54) / 우리는 관계를 가졌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대화를 잃고 있다. 우리는 연결되었지만, 고립되었다.(224) _셰리 터클[외로워지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처럼 마음에 들거나 인상 깊은 내용을 따로 적어두기에 좋았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바쁘고 밀도있게 하루를 보내면 오늘을 충실히 잘 보냈다며 만족스러워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5미터 이상 떨어지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낸 날은 즐겁지만 한편으론 괜한 죄책감이 들곤 했다. '번아웃'이라는 말이 일상으로 통용되고, 자신을 돌보는 일에 지쳐버린 젊은 세대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쓰레기집' 현상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늘 뭔가를 하고 채워지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걸어둔 압박이나 조급함은 아니었을까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를 읽는 동안 찬찬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덧붙여 책에도 여러번 언급되어 있지만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함께 읽는다면 더 좋은 감상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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