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 - 사진작가 위드선샤인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90
박선영(위드선샤인) 지음, 박선영(위드선샤인) 글.사진 / 푸른향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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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을수록 꽃과 자연이 좋아진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첩에 하나둘 늘어가는 꽃사진을 보며 실감한다. 또 하나 주말이면 가까운 어디론가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어진다. 번화가로 나가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주변이 트인 강이나 바다를 찾거나 산에도 가본다. 봄에는 꽃이 폈다고, 여름엔 날이 더워서, 가을엔 단풍이 들고 겨울엔 눈이 내려서 자연을 찾게 된다. 이럴 때 마침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이 반갑게 나타났다. 아직 우리나라 구석구석 어디를 언제가면 좋을지 잘 모르는 초보 여행자에게 희소식이었다. 

 책에서는 열두 달 동안 계절의 변화와 함께 국내에서 찾아가 볼 만한 아름답고 특별한 여행지 90곳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기념할 수 있는 사진은 필수인데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을 따라찍기만 해봐도 제법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소개된 곳들 중 내가 가본 곳이 있을까 헤아려보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본 적이 있는 곳들도 다른 계절 다른 풍경을 보게 되니 낯설었다.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그 장소를 알게 된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예쁘고 좋은 곳이 많구나 또 깨닫는다. 

 읽다보면 짧게 곁들여진 글을 읽는데 집중하기보다는 계절과 자신을 눈여겨보면서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세세히 살펴보는데에 눈이 더  바쁘다. 의외의 장소들도 만난다. '충남 당진 합도초등학교 127'에 가득히 늘어진 등나무꽃의 청량한 빛은 어쩐지 동심과 어울렸다. 다음 봄에 가보고싶었지만 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초등학교에 함부러 들어가도 되나 싶기도 했다. '경기 시흥 관곡지 211'의 연꽃은 때마침 7월에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니 주말에 나들이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진작가인 저자가 책 안에 담아낸 사진들을 보다보면 국내 여행이나 집밖으로 나가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어도 분명 눈길이 가는 장소가 생길 것이다. 장소와 계절에 따라 어찌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옷차림까지 갖추고 예쁘게 사진을 찍었는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특히 가을에 친구들과 함께 "경북 경주 대릉원 312"에서 찍은 사진들은 가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듯해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은행잎 사진(경기 여주 강천섬 300)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별한 순간이나 일상에서도 사진을 종종 찍지만 가끔은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닐까 싶어질 때도 있다. 오늘은 옷을 대충 입어서, 얼굴이 피곤해보여서 같은 이유로 사진을 안찍을 때도 있고. 그런데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을 살펴보다보니 순간을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는 가깝고 쉬운 수단 중 하나가 사진 아닐까 싶다.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충분히 있으니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이렇게 멋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표지의 수선화(충남 예산 추사고택 100)를 바라보다 문득 서산(충남 서산 유기방가옥 104)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서산은 그리 멀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간다던 소문을 듣고 찾아갔었는데 주차장부터 어쩐지 한적해 뭔가 이상하더라니 이미 끝물이라 방문객이 줄어든 시기였다. 그리하여 꽃도 사람도 적은 한적한 수선화 군락지였던 산책로를 돌아보니 조금은 섭섭했지만 그 자체가 추억이 된 여행이었다. 

 저자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꽃이 만발한 멋진 장소에서 사진을 남겼어도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어도 떠남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간직된다. 그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이제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을 손에 들고 다시 멋진 여행을 도전해볼 수 있어서 더 좋을 것이다. 책 말미에 더 많은 장소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가까운 곳, 더 궁금한 곳들을 잘 살펴보고 모든 계절을 꽃으로 채워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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