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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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소설집 관련된 영상을 보다 들은 말이 떠올랐다. 아마 가장 마지막에 작품이 실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앞에서부터 읽다 자신의 글을 안 읽을수도 있으니 뒤에서부터 읽어달라는 부탁이었는데 그 말이 참 부주의하다 여기면서도 이렇게 기억에 남아 '서른 번의 힌트'를 앞두고 이번엔 뒤에서부터 읽어봐야지 싶었다 

 "난 안간힘으로 딸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 딸은 어쩌다 전화를 거는 은전을 베푸신다. 그럼 나는 걱정부터 앞서 그렇게 물어왔던 것이다. 뭘 묻고, 뭘 묻지 말아야 할지도 어려워 내가 변사처럼 혼자서 떠들긴 했었다. 엄마 노릇을 흉내라도 내려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거구나. 381" 

 세상 모든 딸들은 엄마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까? 책을 읽다 문득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엄마를 사랑만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엄마보다 내가 더 많이 말하던 그 때, 내 모든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의 품에 안겨 쏟아내던 날들. 나는 어땠더라 되새겨보게 만드는 '길 위의 에트랑제'가 조금은 부담스럽고, 조금은 목이 메었다. 

 관심있게 보아둔 이름인 최진영 작가의 '무명'을 읽은 날 아침엔 70대 노인이 열 살짜리 초등학생을 유괴하려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초등학생의 엄마에게 저지되어 미수에 그쳤다는 뉴스를 보았다. 사람들이 역겹다며 저런 인간은 죽어야 된다는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수백개는 넘게 봤는데, 첫 시작이 살인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로 시작해서 아이러니했다. 가능성과 사실들. 

 '불펜의 시간'은 읽는 내내 기분이 나쁜 내용이었다. 기현이 어떤 야구를 하건 희롱과 무시를 당하는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기현의 내면이 어떻던 진호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의 신이 진호를 버리기 전에 인간의 범위에서도 버려진 것은 아니었나, 진호뿐만이 아니라 지긋지긋하리만큼 저속하게 그려진 야구부원들 전부. 

 이와 비슷하게 주원규의 '외계인' 역시 야구선수와 배가 부푼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의 환영을 말한다. 실제 야구 선수들이 치던 사고도 떠오르니 연달아 읽으면서 야구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람 좀 되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좋지만 최소한의 학습과 인성 교육도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을 최근 더 자주하게 되어 읽으며 부러 더 심각했다. 

 여러 작품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 편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단숨에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이 다 끝나있다. 읽다보니 문득 어느 재밌는 장편의 도입부만 골라 읽은 느낌도 드는데, '서른 번의 힌트'안의 작품들이 작가들이 예전에 수상했던 한겨례문학상 당선작의 내용을 모티프로 써 내려간 단편들이기 때문인 듯 하다. 

 책의 뒷표지 날개에 언제 어떤 작가가가 무슨 작품으로 수상했는지 목록이 나와 있으니 좋아하는 작품을 찾아 먼저 만나보거나, 읽은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작가의 수상작을 다시 찾아봐도 좋겠다. 모든 수상작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어보았던 작품의 또 다른 갈래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인상적인 재회였고 재미있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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