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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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가 원한다면 유토피아는 SF, 판타지 심지어 디스토피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명시적으로는 유토피아가 아니지만 기존의 사회와는 다르고 교훈이 되는 모델이자 상호 작용의 도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토피아를 이루는 진정한 조건은 독서라는 행위와 그에 따른 독자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찾고 있는 유토피아는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283"


 판타지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더불어 장르에 대한 조예를 겸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책이다. 물론 그렇기에는 조금 부족한 바탕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는 아예 낯선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판타지 작품보다 어렵게 다가올 것이다.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책이다. 서문을 제외한 총 아홉가지 주제로 판타지 안에서 기능하는 메타포와 구조, 또 외부로 작용하는 영향력을 분석한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면 그 분석이 자세하고 다채로울수록 아쉬워질 때가 있는데, 책에서 예를 들며 설명하는 작품들의 태반을 모르고 있을 때이다. 책에 나오는 짧은 설명으로는 감을 잡기 어렵기도 하고, 어떤 내용인지 재밌을 것 같아 궁금해져 읽다가 아쉬워지는 지점들이 많았다. 이 책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판타지 문고 기획물의 특별판이나 끝맺음으로 등장했어야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판타지 기획으로 쭉 낯선 작품들을 따라 읽어왔는데 사실 이 책의 이해와 재미를 위한 발판이었다,는 것이었다면 더욱 흥미로웠겠다.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 수록 더 익숙한 작품들을 마주칠 수 있는데 '환상 동화'가 판타지 작품의 계보 앞에 서면서 '잭과 콩나무', '백조 왕자', '푸른 수염', '용감한 꼬마 재봉사' 나 많은 공주들이 등장한다. 내용은 살짝 아동문학에 담긴 시대적 배경 같은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확실히 이해가 쉽다. 읽으면서 한국형 판타지로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홍길동전'이나 '심청전'같은 작품도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고난과 모험이나 현실과 닿은 다른 "더 나은 세계가 있다는 생각(241 유토피아 문학)"도 그 안에 존재하고 있고. 이들보다 좀 더 세련된 작품으로는 '연이와 버들 도령'이 떠오르는데, 이 작품 기억하는 사람 있으려나 모르겠다. 

 인상적인 정의 중 하나였던 '두려움은 스토리의 원동력이다(376)' 부분은 여러 작품들 안에 존재하는 갈등과 충돌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야기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의 충돌이 있고 주인공이 현실에서 성장해나가며 겪는 충돌이 있다. 주인공은 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것처럼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한다. 이 투쟁(데미안), 성벽 너머 세상에서 자신만의 황금별을 찾기 위한 여정을 꿈꾸는 자들(뮤지컬 모차르트), 위험한 섬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려는 첫 도전(영화 모아나)에서 모든 모험이 시작됨을 떠올리게한다. 

 더불어 이 모험을 통해 " 우리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그에 대한 공포에 압도되거나 지배당하지 않는 법을, 다만 두려움에 이름과 얼굴을 부여하고 우리 삶의 한 공간을 내어주는 법을 배운다. 411"고 판타지가 우리 삶에 어떻게 그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주며 끝을 맺는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 책이지만 읽다보면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재미를 추구하던 '문학의 미토콘드리아(230)'가 정치, 성, 사회, 역사를 두루 거쳐 판타지를 바라보도록 해준다. 흥미로운 책이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공을 걸고 도전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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