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덕목 - 존경받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2018 노틸러스도서상 은메달 리더 시리즈
에드거 샤인.피터 샤인 지음, 노승영 옮김 / 심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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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조직은 구성원을 기능에서 인간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구성원은 조직 안에서 인간보다 기능으로 머물기를 바란다. 말하자면 조직은 2단계, 전인적 관계(61)를 지향하지만 구성원은 1단계인 업무적 관계(55)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조직 시스템의 변화가 구성원의 태도보다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나긴 소통의 단절과 인력을 소모품으로 착취하는 노동문화가 고착화 된 탓에 퇴근 시간이 되면 일이 진행 중이어도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돈 받은 만큼만 한다' 직장 사람들과 대화는 커녕 인사도 나누지 않는 '일하러 왔으면 일만 한다' 는 태도가 합리적이고 편하다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과거 직장에 뼈를 묻으면 정년과 노후가 보장되었던 세대는 지나갔다. 조직은 오히려 직원이 뼈라도 묻을까봐 조직 안에서 안정을 찾은 인원들에게 희망퇴직 같은 이름을 붙여 내보내기 급급했다. 직원들은 더 많은 권한과 급여를 받기 위해 승진을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승진에 따르는 업무적 부담을 먼저 고려한다. 차라리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정해진 급여를 받는 것에 만족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기획을 제안하면 업무를 떠넘기며, 조직 내에서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려 하면 호의를 이용하려 하는 기존의 틀을 거부하는 것이다.

 조직이 유지되는데에는 제 몫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조직과 함께 발전해나가려는 의지를 가진 구성원들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반감과 불신으로 굳어진 조직문화에선 성장의 원동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바꾸고 조직원들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의 덕목'을 조직심리학의 거장이자 50년 경력의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에드거 샤인이 피터 샤인과 함께 남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리더의 덕목'은 '존경받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는 질문을 통해 리더십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준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은 -1단계(53)나 다름 없는 조건이었다. 어리숙한 초년생에게 업무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6개월에 한번 정해진 시점에만 퇴사가 가능하다는 계약서를 내밀었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직장들을 거쳐 마침내 수평적 기업 문화를 추구하는 조직에 이직했을때 자율과 복지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제도를 이용하는 조직원들이 생겨날 것임을 확신하고 기업은 이 손실을 지탱해낼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자발적으로 간수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위치에 서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리프레시 공간을 두고, 조직원 개인의 문제를 상담, 지원해주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업무 일정을 승인받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유연성은 높은 자유도와 함께 책임과 몰입을 가져왔다. 프로젝트의 리더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목표점을 찾고 진행 상황을 논의하며 협력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조직 문화와 이를 이끌어나가는 리더 역할의 중요성을 체감하고나니 조직원의 위치에서도 '리더의 덕목'이 흥미롭고 궁금했다.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레몬 연습(228)같은 부분은 본질적인 의도를 놓고 보아도 다소 난감했다. 레몬 연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는데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열린 마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 조직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리더의 덕목'을 읽어볼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몸담고 있는 조직을 혹은 추구해야 할 조직의 기업문화란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례와 우화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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