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 쉽고 간편한 수프 레시피 60가지
아리가 카오루 지음, 이은정 옮김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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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흐르고 있는 한국인의 피가 붉고 진한 맛이 예상되는 수프 위주로 침샘을 자극하길래, 처음 계절과 재료별로 나눠진 제목을 살펴봤을때 '마파가지 수프(94)'가 맛있어 보여서 먼저 조리법을 찾아봤다. 마침 마파두부 소스를 사둔 것도 있었기 때문. 그런데 사진을 보니 예상했던 마파소스의 색감이 아니었다. 고추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맞는데 색이 맑다. 맑은 수프라니, 이 책 보통이 아니다. 다시 책을 덮었다. 표지에 나온 붉고 맛있어보이는 수프 사진을 보고 또 생각했다. 설마, 이 표지까지 한국의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안배한 것이라면 정말 이 책 보통이 아니겠다. 

 '수프'라고 하면 크림, 감자, 옥수수, 버섯, 브로콜리, 토마토로 정형화 된 대표적 수프를 떠올릴 것이다. 식품 회사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수프도, 음식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프의 종류도 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에도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쉽고 간편한 조리법들이 있지만 맑은 국같은 수프나 처음 보는 재료를 사용한 개성있는 수프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개성있고 생소한 재료들이 수프의 영역을 확장해주는 점이 좋았다. 책에서 나온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바꿔서 친숙하게 만들어도 '수프에 넣어도 되는' 재료임을 알려주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진다. 예를 들면 소송채 대신 청경채나 얼갈이배추 같은 것을 넣어 만들어도 맛이나 식감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호지차를 국물에 사용한다던가 오크라 같은 식재료를 쓰는 것도 독특하다. 샐러드 치킨은 정확히 어떤 부위나 조리가 된 닭고기인지 모르겠다. 닭가슴살이나 닭껍질을 따로 표기한 것을 보면 체중조절용으로 판매하는 익힌 닭가슴살 같은 것을 말하는건가 싶다. 보리나 현미를 같이 넣어 끓인 것들은 리조토라고 이름붙여져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 국밥같다. 대파 돼지김치 수프(44)는 김치국이나 조금 더 연하게 끓여낸 김치찌개나 다름 없는데, 이걸 수프로 부르는 것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듯 하다. 한국인 독자들은 여기에 두부도 넣고 참치나 햄을 넣는 등 자연스럽게 요리를 완성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는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란 점이다. 거기에 단백질 섭취를 도와주는 재료들도 하나씩 들어가있어 따뜻하고 속이 편한 식단이 되어준다. 하지만 맑은 국물보다는 카레나 토마토, 데미글라스 소스 등을 넣은 살짝 자극이 가미된 수프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재료로 햄이 들어가는 수프들이 처음엔 수프와 햄의 조합이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부대찌개에 햄을 넣는 것처럼 활용했다고 생각하면 맛이 상상된다. 조리법과 더불어 수프 용 보온도시락 통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꽤 세심하다. 다만 이렇게 조그만 통이 한끼가 될 수 있을까, 크기가 두배는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수프를 따라서 만들어봐야지 했는데, 너무 게으른 나머지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만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을 참고하여 두부와 새우, 토마토를 넣고 가쓰오 국물로 끓인 나름의 수프를 함께 소개한다. 가쓰오 농축액으로 간을 한 끓는 물에 모든 재료를 넣어 익힌 다음 후추를 조금 넣었다. 담백하고 감칠맛이 나는 수프로 두부가 들어가 포만감을 준다. 이렇게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니 하루 한끼를 가볍고 건강하게 만들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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