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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전주 - 전주의 멋과 맛과 책을 찾아 걷다 ㅣ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1
권진희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4월
평점 :
요즘 누가 책을 보고 여행 계획을 짜나요. 핸드폰 하나로 해결하지. 물론 나도 종종 그런다. 하지만 정보만을 얻을 때가 아니라 감성까지 챙길 때는 책만이 주는 고요하고 느릿한 매력이 있다. 언젠가 여행을 가면서 개인적으로라도 기록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계획과 동선, 비용을 기록하고, 사진 찍고, 소소한 경험과 감상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고, 심지어 그것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과정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때 여행책을 가볍게 여겼던 것을 크게 반성했다. 이런 꼼꼼한 사람들이 날 길 위로 이끌어 낯선 곳에서 잠들게 할 수 있었구나 깨달았다.
기억하기로 전주를 서너번, 확실하진 않지만 대여섯번은 다녀왔으리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역을 여행을 목적으로는 적지 않게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방문을 제외하고 전주를 다녀온 가장 첫 기억은 '내일로'라는 기차 여행 상품을 이용한 방문이다. 어설프고 시간은 없는 여행자가 그렇듯,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육회비빔밥을 비비고, 초코파이를 몇 개 사먹고,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밤에는 막걸리골목에 갔다가 다음날 해장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오래 전 기억인데도 뭘 먹었나 떠올려보니 선명히 기억나는 동선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더욱더 반드시 '언제라도 전주'를 읽어야되는 사람이 나구나 싶어졌다.
책을 읽다 마주치는 풍경들에 놀란다. 전주가 이런 곳이었나? 분명히 몇 해 전에도 갑자기 콩나물국밥이 먹고 싶다고 전주에 가서 콩나물국밥 박물관까지 관람하고 돌아왔는데, 건지산 둘레길이나 전주수목원의 풍경 앞에서 그동안 눈은 어디에 두고 입으로만 여행을 해왔나 민망해진다. '언제라도 전주'는 특히나 눈을 통한 여행을 '2부 책 여행'이라는 순서로 하나 더 강조해두고 있어 특별했다. 즉흥시를 지어주는 책방 '조림지'의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보던 책을 내려두고 언제 전주에 내려갈 일정이 비어 있을까 성급히 달력을 확인했다. [시가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라니 정말 멋있다.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는 말처럼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의 가장 큰 핵심은 '음식'이다. 어떤 책들은 그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싫어 굳이 목차를 읽지 않고 넘어가지만, '언제라도 전주'를 손에 넣자마자 확인한 것은 목차였다. 그리고 마침내 '3부 맛 여행'에서 원하던 내용을 확인하고 이 책의 신뢰도를 상향 조정하기로 마음 먹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입만 달고 여행다녔나 반성했다지만, 남의 결혼식장 가서도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식사인 것처럼 아무래도 먹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1부나 2부의 내용보다 3부의 분량이 조금 더 많았던 것이 가산점을 얻어내었다. 급한 분들은 일단 3부의 내용을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면 됩니다.
여행보다는 생활이 살아온 흔적이 가득한 애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가 이 도시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왔는데, 좋은점이 가득합니다.하고 자랑하듯 소개하듯 보였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 '언제라도 전주'를 믿고 전주로 떠나면 아쉬울 일은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