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에 대한 맹렬한 확신으로 가득찬 내용은 익숙치 않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사회주의 지역을 두고 공산주의라는 호칭을 써왔고 그 탓에 나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구분 사이에서 헷갈려왔는데 비로소 어렴풋한 구분이 되는 듯 하다. 얼마 전 읽은 자유론보다 분량이 적길래 금방 읽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간을 들였다. 책을 산책 시키듯이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내가 무엇인가를 가졌다는 착각 탓에 공산주의의 분배와 균등이 막연한 상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너희는 우리가 사적 소유를 청산하려 한다고 경악한다. 그러나 너희의 기존 사회에서 사적 소유는 구성원의 10분의 9에게는 이미 폐지되었다. 10분의 9에게는 사적 소유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사적 소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너희는 사회의 압도적 다수의 무소유를 필수 조건으로 전제하는 소유를 우리가 폐지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39)"는 내용을 읽다보니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지 느껴졌다. 이는 개인이 가진 것을 빼앗아 모두에게 평등한 분배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사적 소유 구조를 벗어나서 노동자 스스로 분배와 균등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에 가까웠다. 읽다가 다른 내용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이 " 수공 노동이 숙련성과 힘의 과시를 덜 요구할수록, 다시말해 현대 산업이 발전할수록, 그만큼 더 남성의 노동은 여성의 노동에 밀려난다. 성별과 연령 차이는 노동 계급에게 어떤 사회적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나이와 성에 따라 드는 비용이 달라지는 노동 도구만이 있을 뿐이다. p26" 내용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노동 도구로써의 경쟁을 하게 되고, 나이와 성에 따라 드는 비용이 달라지는 노동 도구이기 때문에 현재의 갈등도 야기된다. 여전히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보다 적은 가치를 가지고, 아동의 노동력 또한 값싼 인력의 대체재로 취급(플로리다의 아동 노동법 완화 추진 ; 이민자 단속으로 인한 노동력 공백을 14세 이상 청소년 노동 확대로 메우려는 법안) 하는 현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되리란 예상을 하지 못한 채로 읽게 되어 준비가 부족했다. 여러모로 깊이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책을 읽으면서 본 내용보다는 해제의 내용을 통해 생각이 정리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해제의 내용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으니 호기심에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면 해제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특히 '6. 공산당선언의 현대적 의미와 포스트모던 공생주의'의 내용이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왜 지금 공산당선언인가'는 질문에 답을 주는 마무리가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