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2024.하반기 - 제50권 2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4년 7월
평점 :
품절



 계간지를 종종 읽다가 한동안 멈춰있었다. 조금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문예지는 벅찬 감이 있었는데 그보다 기간이 긴 편인 반년간지라 부담이 덜하려나 싶었다. 한국문학사에서 나온 계간지는 처음이라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짜임도 살짝 느슨해보인다.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책의 앞뒤로 광고 붙은 곳들이 이과적이라 재미있었다. 현금지급기, 암호칩, 컴퓨터, 산업용 단말기, IT서비스 업체 등이 문예지의 후원이 되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문예지를 만나보게 되었으니 읽어서 하는 응원보다 금융의 힘이 강하구나. 


 가장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가 '시'였다. 시는 긴장하고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시에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이상 접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과제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특히 안도현 시인의 신작시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 먼 옛날 답사를 통해 만나본 짧은 인연을 새삼 떠올리며 기대했다. 막상 접했을 때는 좋게 말하면 시인만의 색이고 아쉽다 하자면 신작의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워 기대만큼의 만족감은 아니었다. "새를 기다리며"의 6번째 연만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시인의 의도와 다르게 내게는 섬뜩하게 느껴져서 였다.


 오히려 평소에는 다소 어렵게 느꼈던 시평이 더 흥미로웠는데 시를 읽으며 어딘가 집어 말하기 어렵고 찜찜하던 부분을 정리해놓아 공감되었다. 더불어 재미있었던 것은 최다영 평론가의 시선이 뒤이은 박병두 시인의 시와 최동호 시인의 시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결국 시에서도 '연식'이 느껴진다는 것일까 세대 공통의 감성이란 것일까. 이실비 시인이나 조온윤 시인의 시를 20년 쯤 뒤에 다른 세대의 독자가 읽게 된다면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될까.


 생각의 끝에 만나게 된 것이 공교롭게도 '대학생 창작교실' 소설 부분의 "늙음을 이뤄내기까지"였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소설에서도 중년인 윤희와 이십대인 딸 지아, 그리고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각자의 삶을 조금씩 보여주며 그 시절의 삶을 드러내는데 '남동생의 밥을 조금 뺏어먹어 아빠한테 맞은 여공의 삶 (252)' 같은 것은 흉내낸다고 느껴졌는데, 시급만큼 비싼 카페 케이크(253)나 감정 쓰레기통(259)을 연상하게 하는 관계 문제는 본인의 것 같았다.


 그 전에 '작가가 만난 최고의 고전'에서 "사랑으로 산다"는 제목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차고 넘치게 보고 온 탓에 " 엄마,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 사랑, 거릴까. (p.254)" 하는 지아의 말에 또, 사랑!하고 질려버릴 뻔 했다. 읽다보니 내가 먼저 남녀간의 사랑을 떠올린 것이 편협했고 오히려 더 매몰되어 있었구나 싶었다. 대학생 작가의 글이지만 손보미 작가의 "동전의 양면"과 함께 재미있게 읽은 편이었다. "동전의 양면"은 다른 세대의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의 삶에 의미를 남기는 관계성을 잘 이용한 단편으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한국문학사에서 그 이름도 직관적으로 '한국문학'이라는 반년간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24년 하반기 호를 받고서야 알았다. 다른 얘기이지만 이런 문예지를 다른 출판사의 계간지를 통해 몇 년 간 받아본 적이 있어 '한국문학'을 봤을때 반갑고 또 어떻게 다른 느낌이 들까 궁금해졌었다. 계간지를 내면서 대인원의 서평을 모집하는 큰 기획을 여러번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 했는데, 읽는 사람을 길러내는 씨뿌리기 작업을 그만치 했다는 것이 '한국문학'과의 인연으로도 닿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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