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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
최윤석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언제부턴가 달에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슈퍼문, 스트로베리문, 블루문 같은 이름과 함께 몇십년만의 주기에 한번 관측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그때마다 늘 있던 밤하늘이고 낮하늘이고 잘 바라보지 않던 사람들도 저마다 소식을 전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그저 평소보다 달이 조금 더 클 뿐인데. 커다란 달이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이유가 뭘까. 소설 '달의 아이'의 시작도 그렇다.
" -관측 이래 달의 크기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평상시보다 1.27배 큰 상태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시민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16) "
긴급 재난 문자의 내용은 몸이 떠오르기 시작한 수진의 이야기와 함께 섬뜩함을 자아낸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에비에이션' 한 아이들은 정말 달로 가게 된 것일까, 언제 이 재난은 끝나게 되는걸까,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환상에 빠져 책을 읽다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이 나왔을 때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워낙 판타지적인 소재다보니 가장 간단한 방법을 잊고 몰입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달의 인력에 이끌려 아이들의 몸이 떠오른다는 소재를 두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난 아마 무거워서 안 떠오르지 않을까, 그 전에 나이가 많아서 안 떠오르겠구나! 그래도 혹시나 떠올라서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무서울까. 혹은 내가 아끼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행동할까. 돌아가는 것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내심 포기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무력함이 숨기려해도 자꾸 튀어나왔다. 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인공들의 노력은 어떻게 될까 불안과 희망이 뒤섞였다.
용달과 수진이의 관계에서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를 소재로 삼은 것 같아(151) 함께 불안함을 고조시켰다. 절망적인 소식만 들려오던 중 한울의 발견 소식(176)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희망이 보이려나? 하지만 한울의 나이답지 않은 범상치 않음과 더불어 "하지만 저는 달이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205)" 인터뷰 내용에 사건의 미스터리어스함이 점점 더해지고 정아와 얽힌 용달의 비극적인 사고까지 밝혀지며 뭔가 있다는 의심이 한층 더 쌓여갔다. 읽으면서 점점 더 '왜'라는 의문이 커지는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구조 과정에서 초록빛 젤리가 걷히며 아이들의 무사귀환이 좌절되는 부분(244-)은 솔직히 조금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늘로 떠올랐다는 막연한 표현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던 잔인함, 공포가 새삼 다가왔다. 왜 많은 영화같은 영상물에서 어린 아이의 희생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지 다시 체감했다. 사람들의 욕망과 재난, 구조와 피해 보상 같은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보여질 때마다 불편할 정도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에 흔히 대형 영화 배급사 표 신파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 어색했다.
표지에 마지막 두 페이지의 내용이 인상적일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기에 대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엄청 궁금했다. 행복한 결말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갈림이 있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같은데 SF라니, 쉽지 않겠지. 독특한 상상력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