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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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려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매달면 어떻겠습니까?"

 "매, 매달아? .......뭘?"

 "사형숩니다." (11) "


 솔직히 무슨 내용일지 감도 잘 오지 않는, 제목이었다. '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죽게 된 마당에 뭐가 맛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형수가 형 집행 전에 먹게 된다는 마지막 식사 레시피가 아니라, 그 레시피가 아니라, '집행'에 대한 레시피일지도 몰라 싶어지니 음모론도 떠오른다. 누구하나 요리해서 보내게 되는 소설인가. 감방에 들어간 사형수의 '슬기로운 감방생활' 얘기만 읽게 될지도 모르거나,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에 대한 신파 가득한 '감동실화'를 읽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조금 웃긴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초반부터 얄팍한 나의 웃음취향에 걸린다.


  " "그럼, 뭐...... 괜찮은 거 아니오?" 대통령은 어쩌면 '내 임기 안에는'이라는 말을 애써 삼켜 버렸는지도. (13) " " 다들 괜히 청와대에 있는 건 아닌가 보네!(23) " " 문과네, 문과야!(72)" "살려 준대도 싫대......(119)" "아이참! 오라, 가라......(177)" 이런 부분들이. 한번 웃기기 시작하니까 그냥 사소한 부분들이 웃겼다. 대부분 '아재'일 인물들의 대사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교수형 로또(143)'의 등장이나 '솔리드의 <천생연분>(45)'을 불렀다는 건 쓸데없이 구체적이라 웃기고 하필 오래된 노래라 웃기고 현실반영이라 웃겼다.  


 바닥으로 내려가다 못해 뚫게 생긴 지지율을 회복시키고자 사형집행이라는 각본을 만들어내려는 뒷공작 자체가 블랙 코미디인데, 본격적으로 형집행이 준비되면서 점점 내용이 흥미로워진다. 사형집행까지의 과정을 줄줄이 설명한 내용도 진짜인가 싶고,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된다면 '매달리는' 방법을 쓰는 것이 맞나 궁금했다. 영화에서 본 것은 전기를 흘리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외국영화 뿐이었다. 사실 내 취향인 '지옥 삼거리 마지막 주방장(75)'이라는 작명 센스가 어디서 온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옥 삼거리 마지막 주방장이 아닌 '요리사X'가 내놓는 마지막 식사를 받은 사형수들은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벼운 개그코드로 관심을 끌었던 초반부에서 벗어나 이 레시피가 사실은 요리사X가 벌이는 심리전에 이용되는 도구인 것인지, 음식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요리사 X는 어떻게 이런 식사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인지 책 내용에 빠져들어 읽게 된다. 각 사형수들마다의 사건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라면 연재로 몇 편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0쪽을 조금 넘는 분량이 짧게 느껴졌다. 바란대로 사형수마다의 에피소드가 더 길게 이어지지 않더라도, 조금 성급하게 느껴지는 마지막 마무리를 더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 재미있게 읽은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 "듣자 하니까 그놈들 노역도 안 하고, 혼자 쓰는 방에서 하루 세끼 다 찾아 먹는다고 하데요. 우리 형철인 아직도 밤마다 제 흘러나온 장기를 끌어안고 울부짖고 있는데...... 쪼끔 시원하다 말 것 같으니까 하는 소리지......"(95) "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요즘 연이은 인면수심 사건들을 보며 더더욱. 범죄자들의 식단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인권을 위해 냉난방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뉴스들을 접한 적이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빈곤층도 다 지원하지 못하는데,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다. 인권의 보호와 피해자 구제, 범죄자 교화는 다 마땅한 가치 판단의 기준 아래에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 체감하는 불균형을 외면할 수는 없는 탓이다. 재밌게 읽다가도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들에서 한걸음 떨어진다면 선선한 날씨에 머리를 식히며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파격과 재미, 자극과 반전을 적당히 버무려 내었다. 분량도 많지 않으니 한동안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편한 마음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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