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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김미영 지음 / 미문사 / 2021년 6월
평점 :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를 소개받고 처음으로 실제 책이 아닌 파일로 글을 읽어보았다. 다소 낯선 감은 있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글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적응하며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초반의 내용들은 어느 정도 그간 만나봤던 에세이들과 결이 비슷한가 싶은 느낌이었다. 기대는 조금 낮아졌지만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는 문장도 장점이었고, 내용도 일상적인 선에서 공감 가능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어떤 부분은 공감도 하고, 어떤 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구나 싶은 비교도 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약간은 가볍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감이 느껴졌다.
세번째 챕터에 들어서면서부터 책장을 넘기는 시간 사이가 조금씩 길어졌다. 요즘 상실에 대해 생각하게 될 일이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생각지 못한 이별이 있었고 그로인한 괴로운 심사를 어디에 털어내지 못하고 담아두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한동안 마음이 복잡해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는데 아주 조금은 술렁였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직은 많이 괴롭지만 이 또한 관계에서 온 휘둘림이었던가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려놓고 더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구나, 아직도 덜 단단하고 부족하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처음 목차를 살펴볼 때부터 궁금했던 '햄스터 그 커다란 생명(204)'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 작은 생명체와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울컥한 마음을 한참 가다듬어야 했다. 언젠가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읽을수록 책을 읽은 초반 조금은 가볍다 느꼈던 것이, 깊이에서 나온 덜어냄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게 그렇지만 또 너무 가볍지 않게 우리의 삶에 공감해주고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