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생각들 - 오롯이 나를 돌보는 아침 산책에 관하여
오원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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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산책길에서는 내 소리만 들어야 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터넷도 켜지 말고, 회사 이메일도 체크하지 않고, 사회적인 '나'라는 존재의 어떤 오지랖이 개입하기 전에, 물 한 잔을 마시고,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 뒤 가장 자연스러운 나라는 인간으로 산책길에 나서야 한다. 최대한 문명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 이것이 가상의 순례길을 걷는 당연한 약속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이것이 산책길의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물론 간간히 음악을 들어주는 것은 좋다.(134) "

 

 언젠가 오래도록 길을 걷는 산티아고의 순례기를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지만 생각하기로, 그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남게 될 것 같긴 하다. 미세먼지가 괴로운 때지만 되도록이면 이리저리 걸어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걸으면서 나는 무엇을 할까 생각하니 때로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때로는 두서없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옮겨가고, 때로는 눈 앞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에만 골몰하기도 했다. 저자 오원이 걸으며 한 생각들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는 앞으로 걷는 시간동안 어떤 생각들을 하면 좋을까 싶은 생각에 찬찬히 책을 읽었다. 걸으며 이런 생각들을 하고 또 글로 써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걷는 생각들'에서 만나는 글들은 요즘 감성에 맞는다. 트렌디하다고 해야할까, 공감대가 잘 형성된다고 해야할까. 짧게 이어지는 글들에서 익숙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던 것들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하기도 했다. 걷기와 사유라는 것에서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게 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편안하고 공감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오늘의 배경음악을 선곡해준다는 것이다. 배경음악이 없는 날(140)도 있지만, 아는 노래가 나오는 날은 특히 좋고, 모르는 노래가 문득 마음에 들었을 때도 좋았다. 짧은 글을 읽고나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계절별로 나눠진 단락을 따라, 산책을 하는 날 나도 생각을 하며 걸어보고 싶다는 그리고 그 생각을 손으로 써서 글로 남겨놓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멋진 내용은 아니더라도,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해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욕심을 내본다. 산책에 대한 책을 추천해 준 내용(93)도 있어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에 하나씩 옮겨 놓았다. 여기서 언급되는 영화들도 전에 본 영화와 겹치는 제목들이 많아 책 목록을 공유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가상의 순례길을 네번의 계절과 함께 촘촘히 걸어나간 기록을 썩 재미있게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점점 좋아지는 봄날,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걷는 생각들'을 얹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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