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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BTS 앨범의 콘셉트 소설 그리고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데미안을 왜 지금껏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이런 고전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온 이유가 있기 때문에 보장된 작품이지만 웬만해서는 책을 읽자고 마음먹게 되지 않기도 한다. 그동안 생각은 있었지만 딱히 계기가 없었던터라 읽지 못하고 있던 데미안을 스타북스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 스페셜 에디션 출간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읽는 기간을 다른 책들에 비해 오래걸렸지만 들인 시간만큼의 재미도 충분했다.
" '데미안을 잊어버렸어?'(84) "
데미안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부분이었다. 표현이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들 속에서 유약하고 어린 내가 주위 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간교한 주변 인물들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유추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과정이었다. 알 수 없는 경로로 프란츠 크로머에게서 벗어난 싱클레어가 "교실의 양로원을 연상케 하는 퀴퀴한 공기 속에서 그의 목덜미 근처에서 풍겨오는 향기로은 비누냄새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들이마(101)"시게 되면서부터 한층 성숙된, 새로운 근심이 찾아오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데미안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가 싶을 때 찾아온 에바 부인과의 만남은 불안하면서도 묘했다. 데미안과 에바 부인은 모자의 관계이면서 마치 둘로 나뉘어진 한 사람인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싱클레어가 그 둘에게 함께 끌리면서 '부르는 방법'을 썼다는 부분은 어딘지 모르게 기묘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갑자기 들려온 전쟁 소식과 함께 마무리 지어진 내용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뒷이야기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끝나버린 이야기의 아쉬움을 덧붙여진 옮긴이의 후기와 100편의 시로 달랬다. 스타북스의 데미안이 특별한 이유도 100선의 시가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 컸다. 100편의 시가 데미안의 내용으로 고양된 감성을 증폭시켜주는 감상이 되었다.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면서 지드의 '좁은문'을 떠올리는 순간이 많았다. 성장의 시기를 다루는, 영향이 깊은 누군가가 인생에 새겨지게 되면서 그에 빗대어 자신도 완성해나가는 화자의 시점이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글의 맨 초반 '인간의 생애란 각자가 자기 자신이 지향한 바에 도달하기 위한 길,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길인 것이다.(13)'고 하는 부분에서부터 '좁은문'을 떠올렸었다. 데미안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독자라면 지드의 좁은문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