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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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바로 옆에 있다.

당신이 어제보다 더 나은 존재로 날아오를 수 있는 순간이. (120) "

 

C레벨, C유전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뭘까?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이 그리던 미래를 거머쥘 수 있다는 한국형 자수성가 '개천용'도 이제는 멸종위기를 넘어 더이상 나지 않는다고 하는 요즘이다. '사다리를 걷어차고 C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을까? 그 사다리 한 번 타보겠다고 매달려있다가 사다리랑 같이 나가떨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로 경제활동은 얼어붙어있는데 코스피는 3천을 넘었다. 개미들은 동학운동도 하고 서학운동도 하느라 바쁘다. 적당히 직장에서 월급받아 생활하면 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와 월급으로는 아무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하다못해 로또만이 답이다.

 

 하지만 책은 " 매일 아침 화장실에 몰래 앉아 주식 시세 창을 바라보는 것은,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말하는 이름 모를 투자 상품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의 마음만 어지럽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순간순간이 당신이 가진 최고의 자산, 시간을 갉아먹는다.(81) " 고 한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살길이라고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그쪽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책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사실 달라진 호칭 문화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직급을 없애고 수평적 호칭문화를 도입하고 애자일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한 회사의 시도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때마다 저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는데 기대효과의 열에 다섯 이상은 정말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면 C의 유전자가 주장하는 내용들도 열에 다섯 이상은 남는 것 아닐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성 마저도 불안정한 마당에 책을 한 권 읽고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책에 나오는 C를 포함한 용어들. CEO, CMO, CCO, CHRO, CFO, CTO, COO 같이 C의 세계는 아무리 들어도 드라마 속 30대 초반 본부장같이 멀고 멀다. 그런데 책은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C의 유전자를 깨우면 '야 너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이거 또 엄한 얘기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회사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을 원하지만 주인이 되려는 직원을 원하지는 않는 것 아닌가? 애초부터 나랑은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아닐까 의심하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 한 권의 내용이 떠올랐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라는 책과 용어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결이 있다고 생각했다. " 명함만 내세우고, 오직 회사 이름으로만 자신을 증명하고 과시하며 살다 보면 결코 그 명함을 넘어서지 못한다.(164) "는 내용처럼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부속화 시키지 말고 그 분야의 전문적 인재가 되어 직업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C의 유전자'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꼭 임원에 해당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51)"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를 조언한다. 그러니 처음 느꼈던 불신은 점차 사라지고, 자신의 미래를 목표의식을 갖고 구성해나가야 한다는 '밥벌이'의 평범하지만 중요한 기본기를 강조하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금 엉뚱한 내용이지만 " 이제부터 당신이 이직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 상승이나 직급 상승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직을 할 때 세가지 정도의 조건을 고려해왔다. 직급과 연봉, 그리고 사람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조직은 C레벨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다.(138) " 이 부분을 읽고 생각이 전환된 부분도 있지만 이직을 할 때 고려해온 세가지 조건 중 하나에 위치/거리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사람은 이직을 결심하게 하는 조건 아니었던가.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이 이런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관료적으로 경직된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진다면 우선은 그래도 계속 다니면서 커리어를 쌓아뒀다가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난 뒤 도약을 준비하길 바란다. 

 

 처음의 기대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문득 놀라게 되는 사실 중 하나가 이 '일'이라는 것을 남은 인생의 대부분, 거의 평생을 계속해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대 수명이 더 늘어남에 따라 정년도 늦춰질 것이다. 어떻게 일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자신을 어떤 자리로 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311쪽의 C지표지수 5개를 미리 체크해보고, 다시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읽고 난 다음에 다시 한 번 5개의 항목을 체크한 뒤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읽기 전의 자신의 생각과 이 책을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하고 난 다음 변화된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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