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오늘을 살다 -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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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씻기 전에 세면대 앞의 거울에 서서 시간을 들여 얼굴을 뜯어보았다. 때때로 거울로 얼굴을 살피곤 하지만 보통은 잡티가 늘었는지 혹은 주름이 깊어졌는지 같은 것을 생각하곤 했다. 이번은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 ! 그럴 수 있을까- 보려고 했다. '불혹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Abraham Lincoln "After 40 every man gets the face he deserves.")는 말이 있다. 가토 다이조의 "기꺼이 오늘을 살다"에도 인용(43)된 말이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얼굴은 어떤 모습이지 지금껏 이 얼굴로 살아왔으나 새삼 책임을 물으니 여직 철이 없어보이는 얼굴이 거울 앞에 있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요즘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치유계열의 응원책, 이를테면 -해도 괜찮아, 쉬어도 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쪽으로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읽어보니 생각보다 강경한 어조에 자신이 일궈낸 삶의 성숙에 큰 만족을 드러내는 분위기로 치유보다는 조언계열에 가까웠다.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성공한 인생은 인간관계로 결정 난다(74)' 같은 내용이 있어서 그랬다. 읽어보면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둬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이긴 하지만 다소 공격적인 어조다. 인간관계로 결정나버리는 성공이란 뭘까.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초반의 거부감은 점차 줄어들고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삶을 '매일매일 86400이라는 동등한 선물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편안한 인생 같은 건 애당초 없다(6)" 고 단언하는 것처럼 삶은 저마다의 상황에서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지워지는 짐을 어떻게 하면 스스로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127)에 대해, 자신의 생존 비법을 알려주듯이 쓴 글이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여러 상황적으로, 특히 주변 환경같은 문제들로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의 내용에서 좀 더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3장과 4장의 내용들이 1, 2장보다는 더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가장 집중해서 읽은 것은 맺음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생각한 내용까지 그대로 읽힌듯한 문장은 " 내가 아무리 '인생의 짐을 짊어져라.'라고 써도 많은 사람들은 '그건 싫은데...'라고 속으로 생각할 게 뻔하다(224) " 마치 돗자리를 편 것처럼 예리한 통찰이었다. 이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왕도를 벗어나지 못한 소재들을 썼을까 싶다가도 결국 인생을 얘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구나 깨달았다. 얕은 불평은 그만두고, 보기 싫어 외면한 곳을 곁눈질하듯이 나는 내 인생을 책임지고 살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무겁고 무거운 짐이다. 사람들이 다 그런 고민을 떠안고 살고 있는걸까.

 

 우리는 요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며 '쉬어가도 괜찮아'하며 위로를 받는다. 노오력하는데 질려버린 사람들, 그 중에 나도 짐을 내려놓고 한껏 자신에게 관대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네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네 몫의 짐을 지지 않고 어떻게 인생을 피해가려 했는지 보라고 말한다. '인생의 책임' 무엇보다도 던져놓은 그 질문 하나로 너무나 무거운 책이었다. 압박감에 불편한 마음이 들 때 그제서야 부제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을 지킨다고 한 것이구나 싶어진다. 한동안 치유계열의 책들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 이번엔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의지를 다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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