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소영 지음 / 뜨인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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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강아지. 그애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애는 토종견쪽에 속한다. 외양은 진도인데 엄격한 품종의 틀안에서 보면 진도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보기엔 진도라서 그냥 진돗개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진도는 중형견이지만 사람들은 대형견으로 보고, 또 좋게는 용맹하게 나쁘게는 사납다고도 말한다. 토종견, 그리고 진도처럼 어느 정도 몸집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사는 반려인들은 알겠지만, 가장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친구들이랑 사는게 사실 제일 힘들다. 이애랑 함께 살면서 나는 두 번 다시 개와 함께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애와 비슷한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꾸만 눈이 가서 더 알고싶지도 보고싶지도 않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너무나 많이 보게 되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책에서도 일명 '마당개' "밖에서 키우는 개(71)"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어요, 문다고요(99)" 같은 내용도 우리집 강아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용이다. 진도 견주들은 진도에 대한 설명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용맹하고 생존 능력이 뛰어나며' 같은 설명으로 진도들은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집 밖에서 키우는 것이 당연하고, 잔반을 주거나, 하루종일 묶어놔도 괜찮은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근데 키워보면 얘네들도 집에서 가장 좋고 푹신한 자리를 제일 먼저 찾아간다. 맛있는 간식을 손이고 발이고 다 주며 좋아한다. 개물림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도마위에 오르는게 진도들이다. 입마개 대상이 아닌데도 밖에 나가면 그 어떤 개들보다 먼저 시비붙게 된다. 견주들이 매번 설명하고 때로는 싸워도 항상 반복된다. 불평을 늘어놓으려 읽은 것은 아닌데 읽다보니 보아온 몰이해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이런 자신도 언제부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좋아만하는, 귀여워하는 것만 좋아하는 입장에서 좋아한다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좋아함이 그렇게 가벼워도 괜찮은 것일까. 동물들을 체험용으로 놔두는 카페에 가보거나, 동물원에 구경을 가거나, 외국의 체험형 관광상품을 동경하거나,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거리의 동물들을 한번 쓰다듬어보거나, 동물을 키우기로 마음 먹고는 어리고 품종이 분명한 특정 동물을 구매하려고 고려하거나, 과연 이 동물의 평생을 책임지고 반려할 수 있을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이 마음에 걸렸다. 넓게는 육식까지도 확장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아직 미개척구간이니 넘긴다. 어찌되었든 좋아하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불편을 감수할 각오도 없이 동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읽으면 분명 마음이 불편해질거라 생각했다. 인간은 인간만 알고 그 외의 것들에게는 대체로 무례하니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의 무례함이 덜어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같은 것들도 때로는 편리를 위해 생략하고, 일회용기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배달음식도 끊을 수 없는 전적이 화려하다. 하지만 집에서 살고 있는 개 한마리와, 동네 사람들이 아무도 구조하지는 않지만 화단 구석에 잠자리와 먹이를 마련해주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내가 이들에게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마련하고 싶었다. 평소 고민해오던 문제와 비슷한 결의 내용도 있었고, 좀 더 확장된 채식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채식과는 관련이 없지만, 최근 집에 들어온 화분 때문에 식물에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참이라 생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나 싶은 시기다. 예전에는 계절을 느끼고 싶거나 집이 좀 심심한 것 같으면 충동적으로 화분을 샀었다. 키우는 데에 영 재주가 없어 몇번 말라버린 식물을 치우고나니 이것도 결국은 생명을 죽이는 일과 다름 없는 것 같아 더는 화분을 들이지 않았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도 책임과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한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 떠안은 화분이 생각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얼마 전 꽃도 피우고 심지어 자구를 만들어 낸 것을 보니 반드시 죽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나, 싶어졌다. 식물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존중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 책이 사유의 시간에 한 조각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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