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감이란 뭘까. 
 
 "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해결 방안을 말해주었다. 우울의 이유가 만약 일이라면, 그 일을 끝내면 최근에 만들어졌던 우울은 잦아들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마음의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 일이 힘들더라도 결국은 마무리했다는 기쁨으로 매듭짓기 위해서 마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일의 내가, 조금 뒤의 내가 할 거야'라는 농담도 점차 나에게 던지지 않게 되었다. 잠깐, 하면서 손을 내밀고 '그 일이라는 거...... 지금 하면 내일의 내가, 조금 뒤의 내가 웃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곤 한다.(172) "
 
 주변 사람들은 아마 내가 마감기한을 빠듯하게 남기고 동동거리면서 일을 끝마치는 타입이라 생각할 것이다. 맞다, 사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의 마감을 그렇게 치뤄냈다. 아니, 당장 지금의 내가 쉴 수 있는데 왜 벌써부터 일을 미리 쳐내야 하는거죠? 왜 일을 미리미리 해서 끝내놔야 하냔 말이에요! 일은 기한이라는게 있는데! 그리고 마지막 날이 다 되어서야 울면서 기한에 맞춰 대충 끝내버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올려놔야 하는 실패도 성공도 아닌 개고생을 반복했다. 때론 그 짜릿함도 즐겼다. 마감에 닥쳐서 일을 하면 절박해져서 어쩐지 집중도 높아지고 능률도 최고치인 것 같은 기분과 분초를 아끼며 정신없이 일하는 스릴같은 것도 느낄 수 있다. 그 특유의 쳐내기를 해내고 나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또 재밌어서, 미리미리 하지 않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긴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증거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바로 저 문장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때 내가 쓰는 방법이 앞당긴 나만의 마감을 만드는 것이다. 남이 정해 준 마감말고, 내가 정한 마감을 새로 만드는 것! 내가 만든 마감은 내 일정을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 배분에도 좋고, 어쩔 수 없이 그 마감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해도 이건 여유있는 일정으로 정해둔 날일뿐 진짜 마감은 따로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기한에 늦게 되는 일이 없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이건 8시에 일어나기 위해 7시 45분부터 5분단위로 알람을 맞춰놓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8시 알람을 듣고 한번에 일어난다면 좋겠지만 혹시 8시 알람 못듣고 9시까지 자버리는 날이 가끔은 생길수도 있잖아요. 어휴, 그럼 큰일이지. 어쨌든 나만의 마감 방법은 게으른 나의 인생을 아주 조금은 부지런하게 바꿔놓았다. 아, 바꿔놓고 있는 중이다. 다른 분야의 게으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때문에 이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는 필연적으로 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직장인, 학생들에게도 일의 마감기한은 있으니까. 민간인 사찰 기록지인가 싶을 정도로, 마감 때문에 애먹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방금 리뷰를 쓰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되어서 그동안 쓴 글이 통째로 사라졌다가 자동임시저장 기능을 통해 일부 복구되는 경험을 했다. 마감과 제작물 날리기는 정말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보다. 마감이라는 말만 썼을 뿐인데 글이 날아가는 일이 왜 갑자기 생기죠. 어쨌든 이런 일도 마감하다보면 생긴다. 메인 문구로 " 너무 걱정은 마세요. 마감은 끝나거나 안 끝나거나 할 겁니다. 책도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확실히 끝이 납니다. 우리 그냥 사랑을 해요. 이 우주를, 가련한 중생을, 마감 늦는 작자들을요.(66) " 이숙명 저자의 글 일부를 본 적 있는데 아마 글 날아갔을때 정신력이 한계에 부딪혔을때 쓴 글이 아닐까 싶은 꽃밭 마감 마무리멘트여서 웃겼는데, 리뷰 날아갔을 뿐인데도 약한 충격과 함께 이 글이 떠올랐다. 지금은 한문장 쓰고 임시저장을 누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수능이 끝났는데, 사실 올해의 수능이 끝났고 수능 시계는 내년을 향해 다시 돌아가고 있겠지만,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여러 마감 중 하나를 치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하지만 또 그리 인생의 전부인 것은 아닌 마감이다. 이제 세월 지나갔다고 아무것도 이해못하면서 훈수두는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공감할거다. 성공한 사람들, 또 실패한 사람들 모아놓고 이유를 물어봤을때 그 요인으로 수능을 잘 봤습니다, 혹은 수능을 망쳤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이제 다들 다음 마감을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길. 모두 수고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