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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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적인 제목이다. 태그달때 개소리라고 달아도 되는 것인가 조금 고민했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떠올린 것은 연예인 솔비와 유세윤이 SNS로 한 실험이었다. 자신들의 파급력을 이용한 이 영리한 시도는 거짓된 뉴스가 어떤식으로 퍼지는지, 진실과 거짓 중에서 어떤 뉴스가 선택받는지 또 잘못된 뉴스에 대한 정정보도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이었다. 결과가 뻔한 이 실험은 사람들이 그저 흥미를 끌만한 자극적인 뉴스를 원하고 진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뉴스를 소비해버릴 뿐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를 떠올리며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통해 좀 더 깊이 이 문제를 파고들어가 보고 싶었다.

 

 " 이제 시스템을 떠받드는 한 가지 영역이 남았다. 바로 개소리 퍼즐의 마지막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바로 당신이다.(154) "

 

 읽기 좋은 책은 아니었다. 거침없는 어조로 개소리, 가짜뉴스, 정치인, 독자, 유권자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을 읽으며 주장의 출처와 근거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자신의 트위터로 연락하라며 계정을 공개해놓은 자신만만함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보이는대로 믿을 것이냐고 물어오는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팩트체크 할 생각 없이 그저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눈으로 읽어버린 독자가 된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렇게나 자신있는 저자가 쓴 글이라면 제대로 팩트체크해서 썼겠지, 싶은 생각. 가짜뉴스가 바라는 독자의 허점이 이것 아닐까.

 

 " 우리가 링크와 사이트를 보는 동안에도 가짜뉴스 생태계는 굴러간다. 누구나 피드에서 이런 이미지를 봤고 대부분이 공유했다. 그리고 내가 동의하는 내용이라면 보통 사실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접했을 때 사실인지 확인해본 경우가 각각 얼마나 되는가?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165) "

 

 지난 미국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번 대선 이후로도 트럼프의 행보에 대한 기사들을 매일같이 접하고 있는 탓에 트럼프가 얼마나 미디어를 자극적으로 다루는데에 소질이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매번 화제가 되는 그의 트위터 활용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의 재선이 실패된 데에는 유권자들의 성숙이 밑받침한 것인지 혹은 이 또한 인종적 이슈와 관련된 입맛 맞추기가 성공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재밌는 것은 이번 미국 대선을 치르면서 정권과 관련된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뉴스를 많이 접했고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자각했다는 것이다. 바다 건너의 소식이기 때문에 한번 더 걸러져서 알려질텐데도 바이든이 성적인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노환이 우려된다거나, 친일에 더 가깝다거나, 캠프에서 투표수를 높이기 위해 보석금을 대신 내준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다. 물론 이 글들을 보면서 한번도 팩트체크를 해보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까,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국내에서는 은근히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가 강조했던 '책임'이 여기서 느껴졌다.

 

 " 아무리 우리가 교육을 받았고, 양질의 정보와 저질 정보를 분간할 수 있다고 자부해도 여러 심리적 이유로 개소리에 넘어간다. 또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나의 사회적 규범에 맞으며 신호 보내기나 집단 정체성 강화에 쓰고 싶은 정보들을 많이 접한다. 우리가 꼭 개소리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쉽다. 개소리의 영향력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우리가 개소리에 사로잡히는 기제를 아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264) "

 

 우리 나약한 수용자들이 평소 아무리 견제한다고 해도 넘쳐나는 뉴스들 모두 균형있게 살펴보는 것은 어렵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맞는, 소화하기 좋은 뉴스를 찾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결국의 돈과 이권 앞에서 좌우되는 문제이다. 시종일관 날카로운 지적을 하지만 마지막 장의 조언은 오히려 미진했다. '개소리'를 작정하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이 먹힐리가 없을텐데, 이런 마무리 외에 달리 다른 결말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아쉬웠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통해 그동안 스스로를 저급한 가짜뉴스의 피해자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전환하게 되었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이후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이 맡게 된다면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목적 또한 없는 정보 전달 그대로의 뉴스를 접하게 될 수 있을까? 혹은 뉴스는 사람이 만들지만 그에 대한 팩트체크는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까. 정보의 전파,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는 사회에서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다루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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