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짓, 기적을 일으켜줘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8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당신인가요? 아니면 조셉 노인인가요? 아니면 나예요?(187) "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는 팀 보울러의 신작은 아니고 첫 소설을 개정판으로 재출간한 것이었다. 이전의 제목은 '꼬마 난장이 미짓'이었는데 제목을 바꾸어 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볼만 하다. 책을 읽기 전 소개글과 표지를 보고 생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당신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세상에 버림받고 모두를 미워하는 난쟁이 소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미러클 맨을 만나 성장하는 기적'이야기라는 말 그대로 나는 보통의 성장소설을 예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소년은 그저 성장에 장애가 있어 체구가 작은 것이 아니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때로 간질 발작같은 경련을 일으키며, 자신의 몸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소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소년의 출생으로 엄마를 잃게 된 까닭에 그를 증오하는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이 둘, 특히 형은 소년에게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학대를 가하며 고통을 준다. 소년은 세상과 타인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증오한다. 소년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제니라는 소녀와 조선소에 있는 한 요트이다.
 
 미짓이 조선소에 있는 버려진 요트를 찾아갔을때 그 요트를 자신의 손으로 완성시키려는 한 노인을 만난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하지만, 그는 미짓에게 " 완전하게 그려보고, 완전하게 원하고, 완전하게 믿어라.(90) " 며 기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짓은 그의 조언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원하고 믿는 연습을 시작한다. 미러클 맨이라 불리던 노인은 미짓에게 자신이 마지막으로 완성한 요트 '미러클 맨'을 남긴다.
 
 자신이 갈망하던 요트를 가지게 된 미짓은 기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화를 더욱 간절히 그리고 항상 소년을 괴롭게 했던 형 셉을 요트 경주에서 넘어선다. 미짓이 요트를 잘 다룰수록 셉의 폭력은 잔인해지고, 소년은 형의 죽음을 바라는 자신 안의 악의가 형의 망령을 불러일으킬만큼 커졌음을 알고 갈등한다.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는 '기적'이라는 것을 믿어야 좋을지 모를 묘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가족에게서 당하는 교묘한 학대는 잔인하다. 미짓이 요트를 갖게 되면서 보이는 변화가 희망적인 분위기를 가져다주나 싶었지만 이는 미짓 내면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독특한 책이라 생각한 것이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희망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는 그렇지 않았다. 표지에서 어색함을 느낀 것도 그탓이다. 장애와 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무조건 선한 존재도 아니고, 좋은 끝맺음을 위한 대화합의 장이 열리지도 않는다.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 악한 면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제니의 마음이 궁금했다. 미짓을 이해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셉을 좋아하는 듯 아닌듯한 태도였다. 미짓에게 중요한 인물이지만 부수적인 역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미짓에 대한 출판사 평을 찾아보다 예전 이 책을 '꼬마 난장이 미짓'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을때 북 테마곡을 내려고 기획했었던 기사를 봤다. 독자 이벤트로 가사를 모집했던것 같은데 어떤 곡이었는지 궁금했다. 청소년이 이 책을 읽는다면 거리두기 연습을 하며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분위기와 내용에 마음도 생각도 복잡했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도 많고 감성의 폭이 넓은 시기에는 감동도 크게 다가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의 영향도 많이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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