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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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의아했다. 물론 안다. 솔직히말해서 '공지영'이란 이름은 유명세와, 또 그만큼의 구설도 따라붙는다. 삶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지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명. 그런데 그가, 그마저, 자신을 '빚더미에 오른 7년 동안의 경력 단절녀'라고 부른다. 행복은 상대적인것인가. 행복이란 뭘까. 어찌되었든, 스스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런 것이다. 비움을 얘기하는 사람이 겉에서보면 풀소유를 향유하고 있더라도, 비교하자하면 끝도 없을테니까. 비난의 말을 하나 더 얹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 처음엔 그렇게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달콤한 말에 또 속게되는건 아닐까 살짝 날선 눈으로 책을 읽다가 이상하게도 어느 한 부분에서 마음을 조금 열었다. H의 방문에 대한 얘기였다. 그녀에게 해준 모든 말들을 '그러네'하고 무감히 바라봤다. 그게 진짜 위로가 될까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욕조에 물을 받아 그녀에게 반신욕을 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부분이 좋았다. 위로의 방법을 아는 사람이구나. 이렇게까지 폼나지 않을지라도 나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아무리 좋은 위로의 말들을 읽었어도 혼자 반신욕을 할 시간을 준 그 위로법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공감할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몸과 음식에 관한 글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집을 관리하기 위해 청소업체의 힘을 빌리고, 혼자하는 식사도 남을 대접하듯 스스로를 대접하라는 말은 요즘 흔하게 접하는 생활팁으로 읽어넘길 수 있었는데 체중과 식욕, 부담감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하게 많이 공감했다. 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이던 긍정하기란 쉽지 않다. 머리로는 잘 아는데 오랫동안 학습되다시피 한 사회의 가치, 기준 같은 것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쯤되면 그건 사회만의 기준도 아니다. 정말 책에 쓴대로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이제는!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을까? 
 
 그 뒤로도 계속 시선에서 벗어나 얽매였던 스스로를 깨고 또 다시 사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이 중요할까, 그렇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외모에 대한 말이 어떤 방식이든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단호히 칭찬을 거절할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웃으며 받아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문득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식한다.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은지 비슷비슷한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여전히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어도 그래도 나만 이런 게 아니란 생각에 안도했다.
 
 부모님과의 이야기 중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저자에게 한 말이 이제는 마음에 사무쳤다. 이미 자식과의 이별을 각오했다는 말. 지난 만남을 마지막 추억으로 볼 수도 있고, 또 앞으로 다른 시간을 함께 쌓을 수도 있다는 것(205). 언젠가 모든 사람들과의 이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종종 대는 요즘의 나에게는 작은 충격이자 괴로움이었다. 정말 하루라도 더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을까, 아무리 최선을 다했더라도 분명 후회하겠지 싶다. 어릴 때는 몰랐던 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는 것이 싫다. 
 
 그리고 나이먹는 것이 싫은 또 하나의 이유,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또다른 친구 S의 고민과 더불어 곁들여진다. 저자가 11살 차이의 연하 남과 연애하기를 그만둔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유명한 미드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가 떠올랐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동안 집착처럼 사랑했던 남자에게 먼저 이별을 고하는 '사만다'의 모습! 연하의 상대가 자신보다 그보다 더 어린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그때 그의 머리에 스쳤을 생각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긍정하기란 매순간 어렵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흔한 이야기지만 공지영의 화법으로 또 그만큼의 경험치를 가지고 풀어내는 것들을 읽어보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너무 차갑고, 지나쳤고 어떤 것들은 판에 박히고, 식상하다 생각했지만 이런 부정적인 반발을 끌어올만큼 솔직했으리라.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읽는다면 여러모로 공감할 것이 많겠다. 그리고 딱 저자만큼 더 살아보고 다시 읽어봐야지 싶었다. 그때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려나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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