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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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외연애'라니 발칙한 제목이다. 아침드라마같은 찐한 불륜이야기인가 싶어서 책소개를 읽어봤는데 실상은 흔히 말하는 '덕질' 이야기일 뿐이었다. 요즘은 덕질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데, 예전에는 빠순이라는 말도 많이 썼다. 둘다 좋은 어감은 아니다. 어쨌든 유부녀들이 스토우화이트라는 연습생 그룹의 팬이 되면서 생긴 일들을 엮은 소설이다. 덕질이 오타쿠에서 오덕, 그리고 덕으로 변한 말에서 만들어졌기도 하니 일본 소설이지만 누군가의 팬이 되어 활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통적으로 자극하는 부분도 있고, 일본 아이돌 시장, 팬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낸 탓에 즐겁게 읽었다. 
 
  1세대 아이돌부터 시작한 연배라 그런지 아이돌 팬클럽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아이돌 문화에 열광했던 세대들이 성장함에 따라 요즘 이런 내용을 주제로도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작년 이맘 때에 조유리 작가의 라스트 러브라는 책도 그렇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1998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사람들의 덕심에서 피어오르고 또 그랬던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작품들이었다.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도 마음속에 별 하나쯤 품었던 사람들의 사랑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누군가의 팬이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들어서 익숙한 문화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한다는 마음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연예인이든 연습생이든 어쨌든 둘 다 너무 먼 존재이고, 호감을 갖고 좋아할수는 있는데 굳즈를 모으거나 콘서트를 투어하는 등의 적극적인 열정까지 가져본 적은 없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뿐 앞으로 언제 누구에게 덕통사고를 당해 입덕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은 그렇다. 그래서 이들의 팬클럽 활동을 재밌게는 읽었지만 공감하며 즐기지는 못한 듯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대신 그보다 더 즐겁게 본 것은 이들의 관계였다. 소설적 허용으로 서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데뷔도 전인 연습생 그룹의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치게 된다. 각자의 삶과 개성이 다르다는 점도, 친구가 아니면서 친구같은 관계가 된다는 점도 재밌었다. 누군가의 팬이라는게 같은 대상을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일이 주는 연대가 질기면서도 얄팍한 것이 미묘했다. 인물들이 한 반에서 모여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면서 그 전형성을 극대화한 듯한 모습이라 독특하다. 
 
 1등이 될 수는 없는 상위 3번째의 여자, 무능력한 남편과 반항기의 아들을 둔 적당히 불행한 삶을 사는 여자, 항상 완벽한 일등의 삶을 사는 여자, 평균을 살짝 웃도는 삶을 사는 여자, 밑바닥을 사는 여자. 사쿠라이, 마시코, 스미타니, 야마다, 가타오카는 우리를 이입하게도 또 인물과 자신을 분리하게도 만든다. 제각각의 이유로 덕질을 하는 인물들을 보며 우리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도 이런 덕친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겠다. 다른 여건을 뛰어넘어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성인이 되서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
 
 재밌을거라 생각했지만 그 이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말에 잘 탄 커피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서 한두시간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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