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미로 찾기 - 집중력 높이는 놀이 입문
요시카와 메이로 지음, 박영훈 옮김 / 주택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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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일부러 멀리 둔다. 전에는 침대 맡 어딘가 손을 뻗으면 닿을 자리에 가지고 가서 자곤 했는데, 핸드폰이 근처에 있으면 잠을 자려고 하기 보다는 잠이 오기 전까지 핸드폰이나 좀 할까, 하는 마음에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이것저것 만지다가 느즈막히 잠들고 다음날 후회하고 낮밤이 바뀌어 고생했다. 그러다 얼마 전 멀리 떨어진 탁자위에 충전하려고 두었다가 기다리는 사이에 일찍 잠이 들었다. 그저 핸드폰만 멀리 두었을 뿐인데.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침대 근처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12시 전에 자려고 노력한다. 수면 패턴이 한결 나아졌다.

 

 핸드폰과 멀리하기를 마음먹은 참에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좀 궁금해졌다. 기껏 해봤자 핸드폰으로 보던 넷플릭스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면 될까, 이런 생각이었는데 마침 '동물원 미로 찾기' 책이 눈에 띄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들 중 컬러링 북은 너무 손이 많이 가고 색도 신경써야 하는 등 취미에 안 맞는 편이고, 스도쿠 같은 것은 꽤 좋아한다. 미로 찾기는 머리도 조금 써야 하고, 심지어 이 책은 동물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귀엽다. 미로를 찾고 나면 복잡할 것 없이 아주 간단하게 동물 그림에 색을 칠해도 괜찮으니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동물 그림을 따라 간단한 동물 캐릭터 그리는 법을 참고해도 좋을 듯 했다.  

 

 어른이기 때문에 초반의 쉬운 난이도는 좀 너무 쉽다고 생각했는데, 한 3-4단계쯤 가자 깔끔하게 실수없이 찾고 싶어서 연필로 아주 살짝 길을 내가며 미로 찾기를 해야 했다. 실수해도 괜찮은데 보기에 안좋다는 생각, 깔끔하고 예쁜 완성본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꼭 이렇게 놀이를 놀이로 남기질 못한다. 아마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좀 더 과감하게 실패도 해보고 색도 이리저리 칠해보며 더 즐겁게 이 책을 체험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아이보다 더 미로를 잘 찾는다해도, 그래서 책이 깔끔하게 정리된다해도, 정말 재밌게 즐겨가며 미로를 찾는 것은 어린아이들일거라 생각하니 그런 점은 부럽다.

 

 미로를 찾는 동안은 핸드폰이나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화면에서 눈을 돌려 책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좋다. 집중하느라 사실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그래도 전자파로부터 눈을 쉬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단순하게 머리와 손을 쓰는 동안 시간도 금방 간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핸드폰 그만하고 미로 찾기를 하라며 책만 쥐어주지 말고 함께 앉아서 같이 하면 더 즐거울 것 같다. 책에서 여러번 미로 찾기를 즐기는 방법으로 복사본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하는데, 가족수만큼 복사해서 가장 먼저 미로를 탈출하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간만에 느껴본 색다른 재미다. 귀여운 동물 그림과 함께, 전자파의 세계와 멀어지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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