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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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걸 원해. 뭔가를 수중에 넣어도 금세 느끼지. 원하던 게 아니었다는 걸. 우리의 인생에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 사랑도, 이상도, 고통도 다 그래. 우리는 계속 꿈꾸지. 당신은 아직도 여전히 사랑을 꿈꾸지?" (417) "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소설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성인 여성 독자들을 겨냥할만한 내용이 아닐까? 젊은 층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운 감수성인듯 하고, 요즘은 이렇게 쿨하지 못한 관계를 '고구마'라고 기피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적당히 나이먹은 입장에서는 옛날에 읽던 책들과 비슷한 분위기라 술술 읽혔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로맨틱하고 약간은 그늘이 진 듯한 우울함이 깔려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좋아할만한 독자가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재밌게도 번역을 통해서 다듬어졌겠지만, 읽으면서 담담한 문체가 꼭 오후의 빛깔을 띄는 것 같단 생각도 했다.

 

 '오후의 이자벨'을 읽으며 마주한 이자벨과 샘의 관계가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사실 없을 '프랑스식 부부생활법'에서 암묵적으로 파생된 관계라 하더라도, 결국은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잘 포장된 채로 오랜 시간을 이어갔더라도 실제로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글이나, 재연 프로그램 같은데서 보게 되는 막장 이야기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걸까 싶어 읽으면서 머리속이 복잡했다. 요즘을 떠올리면 더욱 극단과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일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배경이 70년대라 그런지 전개가 잔잔했다.

 

 사랑뿐 아니라 삶이 스러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책이라 읽으면서 그 찬찬한 시간의 흐름이 좋았다.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행동도 있고, 가끔은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인생인가 싶을 부분들도 있었다. 샘에게 남은 시간이 어떻게 될 것인가, 더이상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 없이 그가 그릴 수 있는 미래를 이루며 살아가게 될까. 궁금해하며 책을 덮었다. 처서가 지났으니 앞으로 다가올 가을에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 책을 읽는다면 어쩐지 가을에 읽고 싶을 책이란 말에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여름이 남아있지만 낙엽이 질 때 쯤에 다시 꺼내들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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