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제임스 리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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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주제로 책을 썼구나 싶었다. 성매매여성들의 삶에 대한 실화소설이라고 해서 다소 어두운 내용들이 나올 것을 예상하며 읽었다. 내용은 예상보다 더욱 적나라하고 가혹하다. 아무래도 소설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인 2000년과 2002년의 군산에서 일어난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지금의 실태와 다른 면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2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간의 흐름을 감안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은 소희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가 몸담고 있는 군산 개봉동 성매매업소, 티켓다방, 호주 원정 성매매 등의 현실을 고발한다. 가감없는 적나라한 문장들이 보여주는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읽고 있다보면 경찰, 공권력, 지역사회 등과 뿌리깊게 유착된 포주들을 통한 사회문제 빚과 폭력, 감금에 시달리는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소설을 통해 내고자했던 목소리가 아주 분명했지만, 사회의 가장 어둡고 예민한 문제이다보니 관련 사건을 찾아보는 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의 사연도 조금씩 풀어냈는데 하나같이 어렵고 막막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수천만원의 빚으로 그녀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업소의 운영방식 또한 가혹했다. 정신병을 앓는 여성, 병에 걸려 갈수록 피폐해지고 괴로워하는 모습, 도망쳐서도 일을 구할 수 없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업소를 관리하는 주인 아주머니와 깡패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암담한 상황이 계속된다. 그럼에도 일기를 쓰며 앞으로 삶을 꿈꾸고, 이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탈출을 시도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잘 접하지 않았던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설 속의 내용들이 머리속에 강렬하게 머물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군산에 가면 개복동 화재 참사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고, 추모 상징 조형물을 만드는 등 해당 사건에 대한 자료를 최근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책을 읽고 나니 나중에 군산을 찾는다면 개복동 '예술거리'를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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