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권민창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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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제목이 참 괜찮다. 얼마 전에 가수 비가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나? 치열한 시대에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 라고 한 말이 인상깊게 남았다. 생각해보면 참 흔한 말인데, 이 말을 한동안 조리돌림에 가까운 밈으로 다뤄졌던 비가 했다는 것이 큰 가산점이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해서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들을 가지고 시무20조나, 엄복동같은 단위를 만들어내며 비난하고, 우스갯거리로 소모하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내어 성공하기까지의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비의 태도와 저자 권민창의 에세이 '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의 제목이 주는 메세지는 요즘 세상을 살아내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가 떠올랐다. 침체된 출판시장에서 역주행 신화를 쓰며 1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일상에서 겪고 들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 전하는 형식의 에세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은만큼 권민창의 '오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역시 비슷한 울림을 전하는 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온도'를 좋게 읽었거나, 이런 에세이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이 책도 마음에 들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꼭지를 몇 개 소개하자면, '사소한 표현의 차이가 만드는 변화(58)'에서 소개한 "토니 로빈스의 변형어휘(60)"라는 개념이었다. 요즘은 혐오표현이 너무 빈번하고 적나라하게 쓰인다. 사소한 불만이나 차이에도 극혐이란 말이나 벌레를 뜻하는 말을 붙여 쓴다. 말이 공격적이고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일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면 생각과 행동도 똑같이 과격해져갈 것이란 우려를 평소에도 했던 탓에, 이 내용에서 소개된 글과 '변형어휘'에 대한 개념을 읽으며 공감되는 점이 많았다. 새롭게 보이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들이 처음엔 유행어라서, 혹은 재밌어서 사용하게 되지만 이내 어휘를 빈곤하게 만들고 감정을 과잉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조심하고 순화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나 '나이브스 아웃', '사랑과 영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등을 잘 녹아내려 쓴 글이나, '여덟 단어', '모든 것이 되는 법', '미움받을 용기', '열두 발자국' 같은 책들을 함께 소개한 글을 보면 여름이 지나는 길고 무더운 시간동안 이 책과 영화들도 하나씩 함께 감상하고 싶어진다. 책 속의 책/과 영화 챌린지처럼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요즘처럼 부정이 만연하고 쿨함이 강조되는 때에, 긍정과 배려를 강조하는 내용의 글을 읽다보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잠들기 전 꺼내 먹는 예쁜 말 처방전"이란 수식이 이해가 되는 책이었다. 더위와 장마에 지친 몸과 마음을 책으로 위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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