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가장 관심을 끌었던 책의 제목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다. 선량한, 이란 말과 차별주의자라는 말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그 둘이 붙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다. 요즘은 워낙 다양성을 존중해야함이 강조되고 있다보니, 혹시 내가 어떤 다수의 시선에서 무의식적인 차별을 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매번 조심해야 한다. 돌리 추그의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도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의 관심사가 반영된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사람이 자기 위협을 얼마나 순식간에, 매끄럽게 처리하는지는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몸은 박테리아와 싸우게 되어 있고 마음은 자기 위협과 싸우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악한 일을 해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모두, 심지어 '선한 사람들'조차 악행을 저지른다. 다른 사람의 악행은 금세 눈에 띄지만 자기 자신의 악행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이 완벽히 윤리적이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며 완벽히 '선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56) "

 

 디즈니에서 '인어공주'를 실사화 하면서 인어공주 역할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 한 일은 꽤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 전부터 넷플릭스는 자체 컨텐츠를 제작할 때 흑인 배우의 비중을 늘리고 있었고, 많은 작품들에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들어갔다.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페미니즘이 중요한 문제로 불거지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급식이 요구되고, 흑인인권운동이 큰 규모로 퍼져나갔다. 사회는 분명한 움직임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의식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우리가 차별과 편견을 직접적으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지금 변화되고 있는 사회의식의 기준에 적합한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살얼음판을 걷는다. 행여나 그릇된 말이나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노심초사한다.(97) "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누구나 자신을 악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수식을 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모든 변화와 변화에 대한 지지는 분명 이전과는 다름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느낌이 자신이 혹시 그릇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점검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자신의 입장과 비교해보며 읽어보게도 됐다.

 

 " 연민은 원 안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 사람의 처지를 안타까워는 하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을 애써 느끼려 하지는 않는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서 그들의 감정을 자신의 것과 타자화한다. 선의에서 비롯된 연민도 상대보다는 자신을 위한다. 자기 감정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중략... 연민에는 또 다른 희생이 따른다. 누군가를 안타까워할 때 우리는 무심코 자신을 더 높은 위치에 올려 놓는다. 앞서 살펴보았듯 권력감은 쉽게 찾아온다. 믿는 사람이 이런 권력감을 느끼면 의도치 않은 인식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278)"

 

편견과 맞서고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보통은, 나와 다른 사람, 혹은 소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에 대해 공감보다는 연민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조차도 권력감을 느끼는 폭력적 시선이었을수도 있음을 꼬집는 부분을 읽고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책을 읽고나서 제목을 다시 보니 이 조차도 배려 없음이 느껴지는 어조다. 상처 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은 나는 상대방의 입장과 나와 다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 기대 이상으로 깊이있게 다가온 책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 한번쯤 읽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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