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모 연예인이 선처없는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렇게 쓰니 대단히 큰 사건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악플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일상적이다시피 접하고 있다. 악플을 고소한다고 하면 그 사실만으로 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 도리어 '당신이 고소해서 사람이 죽는다'는 협박을 보내오는 현실을 오늘도 봤다. 인터넷이 널리 퍼진 이후로 익명에 기댄 악의적인 글들은 끊이지 않고 생겨나고 있다. 댓글창 안에서 뿐만 아니라 악의는 더 다양하고 은밀한 모습으로 변해 퍼져나가고 있다. 악의와 혐오가 넘쳐나는 글들을 보게 되는 때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 '악플러 수용소'의 내용이 차라리 현실화되면 어떨까 싶어진다. 아마 저자도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호흡인데, 내용은 꽤 강렬하다. "여기에 들어온 자여, 희망은 버려라!"라는 문구에 걸맞게 악플러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혹독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을 잃은 열한명의 사람들이 눈을 뜬 곳은 악플러 수용소였다. 하루아침에 수용소에 입소하게 된 열한명의 사람들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해한다. 당황도 잠시 수감자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잔혹한 방식으로 깨닫는다. 100일간의 수감기간 안에 퇴소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거쳐 레드볼을 받아야만 한다는 규칙을 전달받고 수용소 생활이 시작된다.

 

 다른 범죄자들도 무사히 선처받는 한국 사회에서 악플을 이렇게 수위높게 처벌하고,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심각하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80년대에 터미네이터 상상하는 막연한 미래 전쟁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죽는 장면이 나오는 다소 잔혹한 내용의 책이지만 현실도 그 못지 않게 험난하니, 악플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독자라면 정의구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읽게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악플러들이 정말 저렇게 금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정신적으로 쉽게 무너질까 싶은 의문도 남았다. 그정도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면 더 뻔뻔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악플러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바퀴벌레는 완전박멸은 불가능하지만 개체수를 줄일 수 있어(38)" 책 속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해충박멸업체의 피드백을 받은 말일까. 정말 인류는 바퀴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단 말인가... 솔직한 생각으로는 바퀴벌레가 인간보다도 오랫동안, 그리고 더 오래도록 지구에 존재할 생명체로 알려진만큼, 악플러들을 혹은 의도를 가지고 잘못된 자료를 올리거나 퍼나르는 사람들의 행위를 과연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퀴벌레가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듯이 기술이 더 발전하면 할수록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한발 빠르게 헛점과 구멍을 찾아낸다.

 

 이 책을 읽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혹시 한번이라도 악플을 써본 적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악플을 쓴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 잠시라도 좀 마음이 찔릴까? 혹은 우리나라에선 이럴 일이 없지, 하고 가볍게 웃어넘길까? 소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고, 전개나 인물에 대한 접근 방식이 시원시원해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웹툰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부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전에도 앞으로도 악플을 쓰는 일이 없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