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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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픔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113) "

 

 미치 앨봄의 새로운 책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꽤 익숙한 내용이다. 만약 내가 죽고 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장담하건데 없을 것이다. 사후세계라는 것은 아직까지 전혀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의 종교나 혹은 배움, 상상력에 따라 다르게 믿고 있을 것이다. 책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우리의 영혼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따뜻하게 담고 있다. 책의 많은 부분들이 우리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애니'는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사후세계에 대해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죽음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남겨두고 온 삶을 염려한다.

 

 이제 막 결혼한 새 신부 애니는 파울로와 열기구를 탔다가 사고를 당한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파울로를 위해 장기이식을 결심하고 수술대 위에 오르지만, 애니가 도달한 곳은 미지의 세계, 천국이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혼란스럽고 낙담한 애니는 그곳에서 다섯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의 만남은 그들 자신의 삶과 애니의 삶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씩 만나는 동안 애니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실수라고 생각했던 순간들, 자신을 얽매었던 과거들이 조금씩 풀어져가는 과정을 보며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실수나 후회, 가장 나빴던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들에도 다음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정이 숨어있고, 다른 편에서 보면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위로가 되었다.

 

 문득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를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다섯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적은 것 같으면서도, 그만큼 중요한 다섯명의 사람을 어떻게 꼽을 수 있을까. 내 삶의 다섯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온 생애를 통틀어 내가 기억하지 못할, 혹은 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게 될까. 내가 의미를 두고 만나고 싶을 사람들이 될까, 전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될까 궁금했다. 누구든 내가 다섯 사람을 꼽을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있을 다섯 사람에 포함될 수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우린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애니.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로는 그걸 잃고는 못 살 것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파울로가 애니의 왼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 안 그래?"(234)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잘 알려진 미치 앨봄의 새 책이 반가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간결하고 소박하게 인생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담아냈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가벼운 휴식을 전해주는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담은 책이었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환영받을만한 책이니 복잡한 마음이나 더위를 피해 잠시 휴가를 떠나는 마음으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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