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단 1~3 세트 - 전3권 (북케이스 포함)
제뉴 지음, 주영하 원작 / 다산코믹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시간의 계단은 계속된다!

전 3권이라고 되어 있어서 3권으로 내용이 다 끝나는 줄 알고 읽었는데, 3권을 다 읽어가는데 중요한 요소들이 풀어질 생각을 안하고 있어서 초조했다. 결국 3권은 끝나고 내용은 끝나지 않았다. 전3권은 무슨 말일까. 1-3권까지 세트인데 그래서 이 한세트가 전3권이라는 의미일까? 이 다음 세트는 4-6 세트가 또 나온다는걸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시간이동물이다. 시간 이동을 한번만 하는게 아니라,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현재의 상황도 달라진다. 맙소사, 그럼 저는 우선 로또를 좀 사겠습니다. 하지만 만화의 주인공은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주식 좀 사려다가 돈 없는 학생이라 실패하고 경제적인 부분은 그냥 현생을 유지한다. 나같은 사람이 주인공이라면 시간 이동이 거의 데스노트 급 악마의 재능으로 묘사되는 범죄물로 흘러가겠지만, 시간의 계단은 나름 알콩달콩 첫사랑 추억물이다.

 

 말랑한 표지 그림에 홀려서 햇살이 기울어가는 학교 복도, 밤의 운동장, 여름 바닷가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두근두근 밀당 하이틴 로맨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미스터리한 과거와 함께 답답하고 뒤가 구린 인물들이 환장스럽게 조합되어 있는 고구마 덩어리였다. 간만에 남의 사랑으로 대리 설렘 좀 느껴보려고 드릉드릉 시동걸고 있던 덕후의 마음에 작은 상처가 났다. 하이틴 로맨스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건 나뿐인가. 요즘은 그런거 아무도 안 파고 안 사는건가.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을 만화로 다시 그려낸 거라 내용적 부분에 있어서 보이는 쎄함은, 어쩔 수 없다고 감안하며 읽어야 했다. 남주가, 별명이 지랄견(...) 여주는 이년아. 둘 다 성격도 쎄고 남주는 아마 일진급인듯한 느낌. 학교에서 쪽쪽대고 서로 딴 사람이랑 얘기만 해도 질투하는 엄청 유명한 커플인 설정인데 어쩐지 민폐스런 느낌이 난다. 친구들이 이걸 참아주나 싶은데, 그때는 십대고 어려서 잘 모르고 지나갔다는 표현으로 뭉개는 부분들이 좀 나온다.

 

 근데 주인공들도 그렇지만 주변인물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라 각자 나름의 입장과 사정이 있는 걸로 나오지만 인물 설정이 하나같이 답답해보인다. 여주가 원조교제한다는 화려한 소문이 온 학교를 감싸는데 친구들이 소문도는거 알면 상처받는다고 여주한테 절대 비밀로 하고 안 알려준다. 심지어 이 소문 때문에 죽고 못살던 남친이랑 헤어지고 전교생한테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엔 사고나서 학교까지 자퇴하는데 그 후로 14년간이나 아무도 말은 안해준다.

 

 이 일로 흑화한 남주 또한 갑자기 여주에 대한 천년의 사랑이 팍 식어서 민폐끼치고 다니던 지랄견에서 미친개로 진화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게다가 그때 꼬인 여주의 팔자는 현생에서도 의사 남편이랑 결혼해서 신분상승하려는 욕망에 지옥에서 온 예비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등쌀에 쥐어터지는 헬게이트를 제손으로 열려고 노력한다. 그 헬게이트도 차마 열지 못할 팔자라 다니는 직장에서는 유부남과 만나는 불륜녀 소문도 뒤집어써서 파혼과 실직 위기에 처한다. 

 

 이런 알찬 고구마 정보만으로는 읽던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겠지만, 우리의 긍정 여주는 시련과 상처를 딛고 과거로 돌아가 조금씩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엔 끔찍했던 학창시절의 과거를 바꾸려고 사고로 죽은 첫사랑과 다시 얽히지 않으려고 하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진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마음이 바뀐다. 안좋아하려고 해도 다시 보니 또 좋은 첫사랑 때문에 14년 전 오해와 서투름으로 놓쳐버린 잘못된 순간들을 고치고 과거를 바꿔보려 한다.  

 

 3권 내용이 끝이 맞는가 싶어 찾아봤는데, 여기저기 평도 좋고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이었다.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긴 한데, 선을 넘을랑말랑하는 요소들도 마음에 좀 걸리고 이상하게 요즘 느낌은 안드는 스타일이라 읽으면서 아쉽기도 했다. 원작이 좀 연식이 있는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19년 출간으로 나온다. 만화를 오랜만에 본거라 좀 어색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한번 시작하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되는 자극적인 맛은 있다. 계단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다음 계단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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