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익숙한 느낌의 책이라 처음에는 가볍게, 재밌게 읽었다. 연애 부분은 십대 때나 이십대 초반쯤에 읽었던 잡지 상담 부분만 떼어온 모음집 같았다. 원래 잡지에서는 연애와 성 관련 고민글이 가장 재밌는 길티플레져 같은 법이다. 불량식품 같은 맛? 남몰래 즐기고픈 비급의 정서? 하지만 '에디터 K가 전하는 사랑의 충고'나 '연애상담소' 같은 수식을 단 잡지가 떠오른다는 건 장점이 아니다. 저자의 경력을 보면 나름의 빅데이터를 보유한 내공이 있지 않을까 짐작되지만 책 내용 초반에는 아쉽게도 그런 면모가 다 드러나지 않았다. 연애편에서는 짤막한 사연소개와 덧붙이는 조언글로 되어 있는 구성이 솔직히 깊은 내용은 아니라 내면 심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있거나 깊이있는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아쉽기는 한데 한참 '사랑' 속에 빠져서 잠겨 죽을 것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선택지가 되어줄수도 있을 것 같다.

 

 읽다가 급정거하게 된 부분이 있었는데, '성욕 관리는 인품(67)', '가짜 사랑에 눈이 멀다(75)'가 연달아 나오면서 당황스러웠다. " 점점 그녀가 좋아졌는데, 그녀는 성관계를 하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면서 키스나 포옹하는 것 외에 어떤 성적 행동도 거부했다(73) "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럼 사연자 뿐 아니라 상대방도 어딘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내용은 전에는 사랑을 몰라서 육체적 성욕에 연연했는데 지금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랑없는 섹스를 하면 기분이 찝찝할 것 같다고 마무리된다. 상황적으로 보면 너무나 둘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한쪽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며 짝짝짝 마무리한 반쪽짜리 상담이 아닌가. 오히려 찝찝해하다가 다음 내용에서 더 당혹스러웠다.

 

 " 유부남과의 사랑을 무시하거나 폄하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진정한 사랑에 유부남, 유부녀가 따로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그녀들이 유부남보다 더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녀들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78) "  " 유부남과 만났을 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그 사랑의 피해가 누구에게 오는지 봐야 해요. 그 사랑의 끝에 상처받는 쪽은 아마도 당신일 거예요.(82) " 사랑에 몰입해 다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랑주의자의 말인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박해야 좋을지 모를 말들이 연타로 이어져 답답했다. 불륜을 금지된 사랑으로 부르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기에 좋을 말이겠다. 피해는 엄한 배우자가 제일 많이 받는거고요? 사랑이란 말에 배우자 지우기가 기본값이 되어서 놀라 뒷걸음질쳤다.

 

 " 사실,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에는 자식 기죽이는 친정엄마에 대한 분노가 숨어있었다. (105) "처럼 사랑이 힘든 이유가 대부분 어린시절에 경험한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내용이 많아서, 읽으면서 어린시절을 원만하게 보내고 성인이 돼서 큰 심리적 불안없이 인간관계 잘 조절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린시절이 영향력이 크고 중요하긴 한데,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게 과거 때문이라고 귀결되는 관점도 좀 찝찝했다. 인생 어느정도 살고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완벽하게 양육되어 성장한 사람은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과거에 발목잡혀서 사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 그럼 어차피 이 책을 안 읽으려나.

 

 하지만 부부편 내용이 나면 초반의 가벼움이 좀 상쇄된다. '00에게'라고 되어있는 조언 꼭지도 없어지고 좀 더 실전에 가까운 내용이 나온다. 아마 이쪽 연령대의 상담이 저자에게 더 특화되어 있는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앞서나온 불륜 내용에 뒷걸음질쳤던 만큼 '외도 그 이후, 믿음을 찾다 (194)' 부분도 집중해서 읽었는데 진정한 사랑 운운하는 상간녀 감싸주기식 내용이 아니라 읽기 조금 나았다. 파트 1은 그냥 재미로 가볍게 보고 파트 2부터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는 말이 복선이었을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어떨때는 인류의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사랑만 없으면 세상만사 걱정이 없겠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찌됐든 사람이 사는데 사랑이 어떤 식으로는 크게 영향을 끼치기는 하는 모양이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결혼하기 싫은 사람, 결혼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 결혼한 사람 등등 연애보다는 결혼과 관련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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