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Signature -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나만의 경쟁력
이항심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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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니처'에 대해 표면적인 예상만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요즘 자신에 대해 하던 고민과 비슷한 맥락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고여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에는 그런 성향과는 상관없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움직일 수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부턴 잠깐 사이에도 확 뒤쳐진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 변하는 것을 느끼며 '요즘은 저런단 말이야?' 같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어느새 '너무 뒤쳐졌나?' 할 때가 종종 생겼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래의 전망은 밝지 않은데, 이 불확실함 속에서 살아나가려면 고여있음에서 벗어나 나도 좀 달라져야 되는게 아닐까싶었다.

 

 " 생각보다 '인사 건네기', '자기소개 하기'. '이메일 보내기'와 같이 아주 작은 행동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기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으로 백날 생각해도,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84) " SNS를 활발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어진다. 자신에 대한 표출도 잘하고,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향해 선뜻 말을 건넨다. 선별해서 보일 수 있는 가장 밝고 좋은 모습일뿐이라 하더라도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것을 이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을 보기도 했으니까.

 

 책에 나온 지아 지앙의 '100일간의 거절을 통해 배운 것들'이라는 테드 강연(93)은 매우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는 도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지금은 저 정도의 패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뭘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가급적이면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한번쯤 물어볼 수도 있는 요구사항을 그냥 참고 넘기고, 사과의 말을 불필요하게 많이 쓰고 있었다. 최근에 가게에서 간단한 요청을 하려다 민폐가 되면 어쩌지하고 불편을 감수하려는데 일행이 '물어만 보는게 뭐 어때' 하고 얘기하자 아주 쉽게 일이 해결된 적이 있었다. 그런 가벼운 마음도 필요하다고 머리속에 기억해둬 보았다.

 

 30대 이상인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누군가 칭찬을 하면 '아니에요,'하고 부정하는 것을 지적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감사합니다'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낮추면서 겸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이었는데, 몇년전 90년대생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서 칭찬을 받으면 '감사합니다'라고 받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운 한편, 굳이 나도 상대방의 호의에 나를 낮추는 말로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져 조금씩 마음을 바꾸게 되는 일이 있었다. 4장에서 나오는 '반사된 효능감'(121)부분을 읽다보니 신뢰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연습(129)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칭찬도 하고 응원하고 하고 또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고.

 

 책에서 제시하는 기준들이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는 달라져있었다. 노하우가 런하우로, 실패라는 리스크가 성장 원동력으로, 회사에서의 존재감이 무에서 유로. 일터에서는 특히 회의시간에는 가급적 존재감없이 마치 의자나 책상이 된 것처럼 물아일체되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존재감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강조를 보니 어색했다. 다른 내용들은 많이 수긍하며 읽으려 노력했는데,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는 산을 만난 느낌이었다. 워라밸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내용도(237) 아직 강제적으로라도 도달해야 할 밸런스의 근처에 가지도 못했는데 그 뒤의 문제부터 너무 빨리 끌어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또 하나, 직감(69)을 따르라는 내용은 좀 부담스러웠다. 몰입해서 읽다가 갑자기 너무 불확실한 키워드가 등장해서 흐름이 끊겼다. 직감을 이유로 좀 더 편한 길로 가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핑계를 댈수도 있다. 차라리 어떤 기준을 세우도록 조언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책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릿, 살롱문화에 대해서도 나오고 공간의 변화(211)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단순히 자기 자신을 계발하라는 내용이 아니라 좀 더 넓혀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 짚어낸다. 그런 다양함이 같은 내용만 반복하지 않도록 해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시그니처'에서 제시한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자세들을 많이 수용하면서 읽으려고 했는데도 열정이 지나치게 담긴 내용이라 읽으면서 때로 마음이 부담스러워졌다. 몇개의 키워드만 잡아서 노력해도 충분히 좋은 시그니처를 가진 인재가 될 수 있을 내용이니 잘 걸러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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