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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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라스트 러브'의 출간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먼저 알렸다. 1세대 아이돌 팬클럽 출신인 작가가 쓴 소설이 나왔대, 하면서. 부정확한 얘기긴 한데, 그렇게만 전했어도 친구는 이미 '라스트 러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도 훨씬 빨리 이 책을 읽었다. 얘기를 나누고 1주일, 2주일이었던가 한달이 채 되지 않아서 읽었다고 메세지를 보내왔었다. 그래서 그만 아차, 하고 다음에 만나기 전까지 나도 읽어봐야지 하고는 이제서야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읽고나서 친구를 만나면 말 할 꺼리가 생기겠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솔직히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내용이라 어정쩡해졌다. 응칠같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체관람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술영화제 출품작이었던 그런 느낌이다.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 적이 없다. 누구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지지 않았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건,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면 잠시 채널을 고정해두는 정도, 인터넷을 하다 이름이 나오면 사진 한 번을 보는 정도, 얼마간 기억해두다 금새 잊어버리고 마는 작은 정보를 눈으로 훑어보는 정도였다. 팬클럽에 가입하고 방송국에 찾아가고 앨범이나 사진, 뭐 굳즈같은 것을 사고 댓글을 달고 n차를 찍고 그런 열성적인 일을 해본적이 없다. 연예인이라서만이 아니라 사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방식이 그렇지 못한 편에 가깝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는 누굴 그렇게 많이 좋아해본 적이 있는가 싶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피어나는 연예인과 팬의 관계성 같은 걸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읽었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럼 이 책이 훨씬 더 재밌거나 혹은 읽으면서 떠올릴 것이 너무나도 많아 풍부하게 즐길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럼 그건 참 부럽겠다. 누굴 좋아해서 인생이 어떻게 더 풍부해졌고, 힘든 시기를 이겨냈고, 현생을 갈아서 쏟아부을 목표가 있고, 어쩔 땐 눈물의 탈덕도 해보고 이런 것들도 사실 부럽다. 새우젓이고 모래알이고 연예인만 빛나고 팬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낄때가 있겠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나에게는 그게 마치 환하게 빛나면서 타오르는 에너지로 보인다.

 

 재밌는 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최애가 생긴다는 점이다. 다인이 분량이 가장 많은 것 같아서 다인이를 눈으로 쫓다가, 지유가 제일 예쁘대서 지유에게 관심이 갔다가 지유와 재키는 제로캐럿에서 탈퇴해버렸으니 도로 다인으로 정했다. 매번 가장 좋은 파트를 가져갔다고 했으니 무대에서도 제일 눈에 띄었겠지, 연기도 하고 재계약도 하니까 하나만 터지면 앞으로 더 잘되겠지 싶었다. 다른 사람들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럼 다들 누구를 최애로 여기면서 책을 읽었을까 싶었다. 아이돌은 많이 나오니까 언젠가 누가 제로캐럿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하지 않을까, 그럼 작가가 성덕이 되는걸까, 제로캐럿이 성덕이 되는걸까.

 

 생각보다 덤덤히 읽혔는데, 파인캐럿의 내용이 가장 재밌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비슷한 글을 가장 많이 봐서 익숙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그랬다. 이제 친구를 만나면 '라스트 러브'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됐다. 그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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