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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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드디어 만났다.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에세이를. 한동안 만난 몇 권의 에세이들은 꽤 괜찮았다. 나를 포함 책도 입맛대로 골라읽는 편인 사람들- 편독인들에게는 비선호 계열이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는 에세이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에세이들은 이상하게도 읽는 족족 괜찮고, 재밌고, 공감도 되고 심지어 꽤 좋았었기 때문에 나의 '에세이 싫어'가 사실은 초장에 찍어서 먹는 브로콜리의 참 맛을 모르는 안타까운 편식같은 게 아니었나 의심했었다.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너는 에세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같이. 하지만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읽다보니 역시 그 마음에 들었던 몇 권이 우연히 찾은 나의 골든에세이가 아니었던가 싶어진다.  

 

 어쩌다보니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진짜 혼자있는 시간에 읽었다. 들리는 소리는 가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말고는 없는, 옆집에서 간혹 들려오는 소음조차 없는 진짜 조용한 날에. 세련된 표지와 좋은 장정, 작가의 조금 남다른 이력말고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다. 누군가는 이런 심심함을 사랑하고 공감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평범하고 흔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일기를 모아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했는데, 읽기 전에는 그렇게 내밀한 내용이려나 싶었던 그 말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유명한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했다. 십여년 전 누군가의 싸이월드 다이어리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블로그 같은데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차가운 감상만 늘어놓는 것 같아 어쩐지 미안해진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얕고 통속적인 느낌이라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보편을 꿰뚫는 깊이를 만나게 되길 기대했었는데. 인터넷 소설과 싸이월드 감성글, 페북 좋아요 같은 것들을 험난하게 거쳐온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새벽감성 같은 것이 점철된 느낌이었다. 특히 238쪽에 있는 시? 아포리즘? 같은 글은 재빨리 다음장으로 손길이 넘어가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코너 프란타의 새 책이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우울, 멜랑콜리한 감성을 느껴보고 싶은 10대, 20대라면 어쩌면 공감되거나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책이 아닐까싶다. 좋게 말하면 세밀하고 순수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계기로 내가 어떤 에세이들에 반응하는지 감이 좀 잡히게 된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들다를 넘어 더럽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한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약간의 유머나 아이러니를 섞어 낸 글들이 좋은가보다. 고 짐작한다. 악질적인 편독가의 취향이 반영된 감상이니, 에세이를 좋아하는 너그러운 독자들은 개의치 않고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읽어보길 바란다. 확실히 국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외국 배경 특유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긴 했다. 반도가 아닌 대륙인의 생활상이 묻어난달까, 중서부 지역에서 자란 (177) 배경이나 샌프란시스코 외곽에서 바라보는 금문교(21)에 대해서 같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잘 맞는 독자들에게는 사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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