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허니컷 구하기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 너한테 내가 필요했던 날보다 나한테 네가 필요했던 날이 훨씬 더 많았어. (71) "

 

 제목이 무슨 뜻일까 생각했었다. 씨씨 허니컷이 이름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찾는다는 것 같기도 하고 구해준다는 것 같기도 한 말이 아리송했다. 소녀와 할머니, 복숭아 같은 단어를 살펴보면서 막연히 따뜻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해봤다. 막상 책을 읽으니 씨씨의 삶이 말 그대로 구해져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씨씨의 보호자가 되기를 포기했을때 누가 이 소녀를 구할 수 있을까 싶을 상황에 투티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말 그대로 씨씨 허니컷을 구한다. 아무 조건 없이, 마땅히 그애가 받았어야 할 관심과 사랑으로, 완벽하게.

 

 책을 읽으면서 다른 무엇보다 씨씨가 오델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는 부분이 가장 마음 아팠고, 또 그래서 좋았다. 씨씨가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랑을 받았고, 또 오델 할머니의 삶에도 그애가 위안이 되었다는 게 좋았다. 오델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이별이 있다는 것도 알게 해줘서 좋았다. 투티 할머니와 떠나면서 혹시 갑자기 또 학대를 당하거나 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었는데, 그래서 끝까지 그애를 구해야만 하는 내용이 이어지면 어쩌나 싶었지만 씨씨가 만나게 된 모든 사람들이 (한두명을 빼면) 다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었다.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지역보다도 인종차별이 좀 더 심했던 것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올레타의 등장이 불안했다. 올레타가 씨씨에게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앞으로 갈등이 생기게 될까 싶었다. 씨씨가 어리기 때문에 책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올레타가 홉스 부인과 갈등을 겪는 내용처럼 흑인 차별의 뉘앙스가 조금씩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영화 '헬프'가 떠올랐다. 6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내용으로 올레타와 씨씨의 모습이 영화 속 에이블린과 스키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인종 갈등에 대한 불안은 뜻밖에도 타이비 섬 해변에서 루카스 슬레이드(250)을 만나는 것으로 터져나왔다. '우리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말을 믿어주지 않을거야'. 시간을 조금 뛰어넘어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올랐다.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남자를 죽이게 된 두 여자가 도주를 결심하는 데에는 '우리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다. 주류 사회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좌절되고 피해를 입고 있는지 보여준다. 60년 전의 흑인이, 30년 전의 여성이.  

 

 다행이도 이 강도 사건은 모두가 바라는대로, 올레타의 신앙심이 더욱 두터워질만큼 잘 해결되었지만, 그 뒤로도 그녀가 계속해서 모욕 당하고 (454) 차별 당하는 삶을 사는 것은 막지 못했다. 특히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홉스 부인이 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을 투티 할머니가 왜 방관했는지 모르겠다. 끝내는 평소에 사이가 안좋았던 굿페퍼 부인과의 싸움으로 화끈하고 시원한 마무리를 한 것으로 매듭지었는데, 투티 할머니가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평판이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씨씨 허니컷 구하기'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괜찮은 성장소설이었다. 지나치게 말랑해서 무른 복숭아 같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씨씨가 가게 된 서배너는 미국의 남부 조지아 주의 도시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배경이기도 한 곳이다. 50년~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67년도 엄마의 죽음을 기점으로 씨씨가 투티 할머니와 함께 서배너로 떠나게 된 시기(67년)도 비슷해서 영화 속의 서배너 풍경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씨씨의 극복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더 그려지지 않은 미래까지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마무리되었다. 시나몬 롤과 복숭아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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