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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의 도시들이 잠겨지기(lockdown) 시작했을때, '언락'을 읽었다. 속속들이 전해지는 속보를 통해 보이는 잠겨진 도시의 풍경들은 생소하고 아름다웠다. 사람이 더이상 오가지 않는 거리의 황량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이 이 강력한 바이러스가 주는 충격과 함께 인식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활동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지침을 거의 전세계가 따르고 있다. 와중에 여전히 밖으로 나가 이웃과 함께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탈리아의 한 시장이 분노에 찬 영상을 업로드했단다. 영상 속의 그는 '당신이 언제부터 조깅을 즐겨했는가, 이웃과 함께 어울리길 좋아했는가'하는 냉소적인 물음과 함께 집안에 머무르기를 강력히 경고했다.
우리가 집 안에서 최대한 홀로 있어야 하는 이 때에,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거품 낸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일? 거품 낸 계란을 구워먹는 일? 필요 이상으로 고생스럽고 결과물은 대단한 맛을 내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책을 읽어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오는 경제 불안에 맞서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 에 대해 소개하는 '언락'을 읽어보기에 좋은 시기다. 비록 해마다 봄이면 즐기던 꽃놀이는 할 수 없어도, 나 자신을 일깨우는 자기계발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이 한권을 가지고 며칠은 버틸 수 있을만큼 적당히 두툼하고, 적당히 오래 읽힌다.
'언락'은 세상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일 수포자들의 가냘픈 마음을 파고든다. 나는 수학과는 절대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정적인 생각만 바꾼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과거에 공부할 때 좋아하는 과목,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목의 공부는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힘들지 않게 계속하고 못하는 과목, 싫어하는 과목의 공부는 조금만 어려워도 금방 포기하고 하기 싫어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수포자니까, 수학은 원래 잘 못해. 하는 생각이 노력을 포기하는 뒷받침이 되어주었다. 만약 그런 부정적 생각이 없었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뇌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뇌 과학 및 한계 제로 접근법이 변화의 초석을 마련해줄까?
'언락'을 읽으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에 영향을 주었는지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제니퍼교수의 일화(35)만 보더라도 사회의 통념으로 갈라놓은 가능성들의 방향에 대해 의심하도록 만든다. 정말 여학생이 문과적 재능이 더 뛰어날까? 정말 남학생이 이과적 재능이 더 뛰어날까? 혹은 나는 원래 남들보다 공부를 못하는 걸까? 내 수준에 맞는 한계가 있는걸까? '언락'은 이 모든 의문에 대해 아니라고 답한다. 물론 그동안 학습된 고정관념이 뿌리뽑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답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책은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여러번 증명한다.
읽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것이 세번째 법칙에서 소개하는 " 생각을 바꾸면 신체와 뇌도 함께 바뀐다 " 는 부분이었다. 머리로 트레이닝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에 실제적인 변화가 생긴다니. 운동하기는 싫지만 운동해야겠다고 버릇처럼 생각하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얘기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앞에 두고도 솔직히 진짜 가능하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내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도 의심하기에 바쁜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다른 무엇보다 오랜 시간동안 굳어진 틀리는 것, 느리게 배우거나 실행하는 것(법칙5),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될까?' 하고 의심하고 '안되겠지' 하고 포기하는 " 자기 불신 (123)"의 태도를 바꾸는것이 어렵겠구나 싶어졌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언락'에서 말하는 개념을 뜻하는 바라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우주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노력한다면 가능성이 더 많이 열릴 수 있다는 수많은 예시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릿'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에필로그에서 이를 언급하며 '그릿' 방식을 뛰어넘는 모토로 한계 제로의 마인드 셋을 제시하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특히 청소년시기에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책 다 읽어보길 권한다.
국내 확진 경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입국자들이 남아있는 탓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혹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면 그동안 '나는 잘 못해,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분야에 대해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단어나 숙어를 외워본다거나, 제 2의 외국어를 다시 시작해보거나, 과감하게도 책장 구석에 있는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어 문제를 풀어 볼지도 모른다. 혹은 이 기간이 끝나고 구직활동을 다시 열심히 도전할 사람들은 자격증 공부에 도전해도 좋겠다. 준비없이 불경기를 걱정하고, 집안에 틀어박힌채 넷플릭스를 보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