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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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앉아 시집을 읽고 있으니 어딘가 어색했다. 때때로 시집을 한두권 챙겨읽는데, 시집을 읽고 있자면 어쩐지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붐비는 전철안이든, 소란한 카페에서든 시집을 읽는다는 행위는 당신도 떠올릴 수 있는 오래된 이미지의 전형이라 지금은 도리어 어색했다. 마치 갈라파고스화 '되어가는 기분이다'.

 

 겨울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평소만큼의 기운을 내지 못했다. 혼자있는 동안 텔레비전을 켜지 않는 것이 습관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소리가 빠져나간 공간을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럴때는 시집이지, 하고 시집 한 권을 읽기로 했다. 젊은축에 속하는 시인의 시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길어지지 않는 분량의 시들이 편한데 조금 벅차게 읽었다.

 

 반복되는 시어들 사이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시집을 다 읽고나니 허무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해져있는 것은 없지만 시를 그렇게는 읽고싶지 않았다. 어쩐지 욕심이 생겨 몇번을 더 뒤적여 읽어보아도 아, 역시나 시는 어렵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숨겨놓은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보느라 애썼다.

 

 내가 시를 쓴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럴 깜냥도 없지만 아무래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나버린 속내를 가리고 싶을 것이라 짐작해보았다. 시집을 다 읽고, 커피잔을 비우고는 집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벽에 거꾸로 걸어 말려놓은 꽃다발을 떼네어 버렸다. 오늘이 아니면 또 한동안은 버리지 못할 것 같았다. 빈벽을 때때로 바라보며 감상을 남긴다.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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