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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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비 웜백의 글을 읽으면서 잘 쓴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표현한 '늑대'의 뜻이 단순히 야생성이나 용맹함 같은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란 점은 좋았다. 물론 그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만, 책의 앞부분에 그가 예로 든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에 대한 이야기는 좀 다르다. 이 이야기를 나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몇 마리의 늑대가 불러온 환경의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나 다른 매체로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체계의 위협으로 간주되는' 존재가 사실은 사회가 기능하도록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증명을 여성에게 대입한 점이 영리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에 대한 이야기 영상을 본적이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영감을 주는 여성 리더들의 책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성인 리더들의 강연이나 책도 자극이 되겠지만, 여자로서 사회에 나가 헤쳐나가는데에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의 생생한 경험과 이해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전에 읽은 책에서 본 간단한? 실험에 대한 내용인데, 여성과 남성 직원이 서로의 이름만 바꿔서 일을 했을때 어떤 차이를 경험했는가를 말했다. 같은 일을 처리할때 남성 직원의 이름으로 요청하고 제안한 건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여성 직원의 이름으로 제안된 것은 몇번의 확인 절차나 지체가 있었다는 결과였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런 차이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아채기 어려울 때가 많다. 피파가 내셔널 풋볼 리그 경기장에서 여자팀의 경기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애비 웜백이 자신이 상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경험에 대한 감상과, 다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차림을 한 결단에 대해서 말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 나는 우리 셋이 비슷한 경력을 끝마치고 내려가지만 매우 다른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코비, 페이턴, 나는 각자의 경력을 위해 같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비슷한 양의 피와 땀,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세계 챔피언십을 거머쥐었습니다. 똑같은 야성, 재능, 헌신을 몇십 년 동안 필드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은퇴 이후는 전혀 같지 않았습니다. 코비와 페이턴은 무대를 떠나 내가 가지지 못한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59) " 를 언급했을때 의외성을 발견하고 책이 더 흥미로워졌다.

 

 자신이 이룬 것을 진열하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만 말하려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리더에 대해 말하면서 타인을 압도하고 리드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 이곳에서 불친절은 용납되지 않아. (76)" 라고 정의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리더십이라는 게 "벌어들이는 자리(76)"라면 개인적으로 그런 것에는 큰 흥미도 의미도 찾기 어려운 성향이라 리더십의 필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에서 설명하는 리더십이라면 자신의 성향과 떨어진 것이라는 거리감이 들지 않았다. 포용하는 것이라면, 또 친절과 마음씀이 속해있는 것이라면 나와도 가까운 것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빌어먹을. 공. 내놔 (109) " 부분을 유쾌하게 읽으면서 욕심내고 열망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도 했다.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의 미덕을 배웠던 것 같은데, 요즘 90년대생의 등장과 함께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며 '꼭 그래야만 되는게 아닌가보다'하던 참이었다. 내가 그래야만 하는 것, 그래야 미덕이라고 여겼던 태도들이 관습에 지나지 않고, 욕망해도 괜찮고 솔직해도 괜찮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특히나 내가 여성이어도.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는 짧지만 강렬한 메세지로 많은 생각을 유도했다. 내가 평소에 포기했던 것,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것, 의식하지 않았던 것, 때로 무시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돌아보게 만든다. 쿨하고 열정적인 어조로 저자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책이었다. 2020년 새해를 한달 정도 보내고 정체된 자신에게 자극제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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