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거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0
김선희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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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지 않는 여름'을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잠깐의 쉼표동안 '이상한 동거'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다. 청소년소설은 비슷한 분량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읽기에 편하긴 하지만, 반영되어야 할 흐름이 더 민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읽다가 문득 10대가 쓸법하지 않은 말투나 정말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싶어지는 장면이 나오면 몰입이 깨져버리고 만다. 그게 나이든 나 때문인지, 우리가 매번 안다고 생각하면 또 자신들만의 세계로 달아나버리는 청소년들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가끔은 작가의 나이를 찾아본다. 그 시절에서 얼마나 많이 멀어져있는지. 그럼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가까울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떠올려보며 읽게 된다.

 

 십대가 주인공인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이 이해가 안되는 순간이 많다. 왜 저렇게 생각하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조금만 더 사리분별을 하거나 조금만 더 약게 굴면 좋을텐데 싶다. 주인공 광민이가 사사건건 엄마와 주인집 노인과의 관계에 대해 엇나가게 굴때면 알 수 없는 분노와 엇나감이 당황스러웠다.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원래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나라면 반찬으로 옥돔이 구워져 나오면 영감 옆 자리에 앉아 밥 먹으며 옥돔에 젓가락이라도 좀 대볼텐데, 창 밖으로 물안개가 보이는 인테리어 싹 된 내 방을 하나 마련해줬으면 핑크방이면 어때 너무 좋을거 같은데, 왜 광민이는 그리하지 않는 것일까. 내 청소년기에 나도 진짜 옥돔반찬을 포기했을까.

 

 '사라지지 않는 여름'도 그렇고 '이상한 동거'도 그렇고 십대의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내가 정말 동성을 좋아하는 걸까? 하고 흔들리는 내용은 보통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을 소재로 나오는 것 같다. 남학생이 고민한다면 그거는 보통 찐으로 가고, 여학생의 경우는 헷갈려하는 흔들림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보통인 것 같은데 그건 왜 그럴까. 남학생의 경우 고민하게 되면 진짜 동성애자고 아니면 이성애자의 경우는 보통 고민하는 법도 적어서 그런걸까. 더 나이든 성인물에서는 브로맨스로 엮은 컨텐츠가 더 많이 나오는데 유독 청소년물에서는 흑백처럼 분명한 구분이 있는 것 같다.

 

 '이상한 동거'는 전개도 빠르고 자극적?인 내용들도 곳곳에 심어져있어서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개연성은 부족하다고 생각됐다. 딸이 예의없이 굴도 반항하고 엇나가는데도 엄마가 굳이 주인 할아버지에게만 집중하고 아이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이 그렇다. 오히려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사연을 광민에게 먼저 설명해줬다면 아마 이해하고 착하게 적응했을 인물처럼 느껴졌다. 굳이 숨긴 탓에 애꿎은 광민만 엇나가고 서로를 이해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것 아니었나. 그리고 강슬이나 건영이가 광민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그럴만한 계기같은 것에 대해 설명이 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동성애 관련 설문조사나 훈화, 색출 방법 같은 판에 박힌 듯이 똑같았다. 내가 학생일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저렇게 조사하려나, 싶을 정도로. 나는 뭐라고 썼더라, 그리고 저런 설문조사같은 것에 진짜로 응하는 학생이 있으려나. 요즘은 어떨까. 트렌스젠더가 여대와 여군에 들어가려고 하는 시대인데. 동성애를 한다고 고발?당한 학생이 있으면 선생님은 아직도 손을 잡고 기도를 해줄까. 너 때는 그렇게 착각할 수 있어, 하고 말해줄까. 요즘은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고 교육청이든 인권위같은 곳이든 진정을 넣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묘하게도 '이상한 동거'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때 지나가는 고민거리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동성애적 성향을 보이는 인물들에게 어딘지 모르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설정을 부여한다. 지영이와 주예는 스스로의 이름짓기를 한다던지, 피를 섞어서 가지고 다니고, 부부가 됐다고 하거나,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동성을 사랑한다고 하기도 한다. 아무리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구석이 없는 설정에서 거리감이 든다. 엄마의 학생시절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대부분 스쳐지나가는 것이라고 하는 부분도 나온다. 물론 진심을 품은 학생도 있다고 나오지만, 나중에 지영이 자신이 붙인 강슬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장면과 더불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붙인 이름을 버리고 만다는 뉘앙스를 받았다. 스탠스가 모호한 느낌?

 

 근데 문득 책이 '여고괴담2'랑 좀 비슷한 것 같단 느낌이 든다. 두명의 관계에 한명이 끼어들게 된 것(의미는 좀 다르지만)도 그렇고, 주예와 강슬의 관계를 다른 학생들도 알고 있고 이를 공공연히 피하는 분위기라는 점, 둘이 틀어지게 되면서 주예가 수업 중에 과잉된 행동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그렇다. 여고괴담에서 본 것 같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상한 동거'를 재밌게 읽은 십대라면 '여고괴담2'도 좋아하지 않을까. 청소년 관람불가였던가 아니었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한국의 10대 성정체성에 대해 읽었으니 이제 미국의 것으로 넘어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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