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싱고(신미나)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와의 이별이 '손을 놓친 것 같'다는 표현을 본 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넘기던 책장을 덮었다. 어쩌면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마음 시툰'인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리는걸까. 잔디가 예지와 처음 나란히 앉은 학교 운동장 벤치에 등나무가 얽혀 있는 모습에 나의 고교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등나무가 있는 쉼터가 있었다. 친구들과 무슨 일만 생기면 그 자리에 모여 놀았던 기억이 난다. 등꽃이 예쁜 줄, 좋은 향기가 나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지금도 등나무를 보면 항상 반갑고 친근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때의 기억 덕분이다. '안녕, 해태'가 더욱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인물들이 많았다. '문학 덕후일 뿐 뭐가 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는 잔디는 꽤 공감가는 친구다. 금사빠 기질은 나와 전혀 다르지만, 소녀의 마음은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니. '수학 8점 받은' 잔디의 아빠는, 내 점수가 결단코 더 높지만, 나와 영혼의 쌍둥이 같은 인물이기도 했다. 잔디는 20년 후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했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물론 20년 전의 내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전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수학과는 사이가 별로인 문학 덕후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에게는 미래가 두렵고 궁금하겠지만, 어떻든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주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이 건네는 위로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나이를 먹으면 친구 사이의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 어렵다. 매일 만날 수 있을 때는 오늘 마음이 상해도 내일 풀릴 수 있는 '다음'이 당연하게 있었다. 서로 상처도 주지만 힘든 일도 가감없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순수함도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세계가 굳어지면서 친구를 대하는 일도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일이 맍아졌다. 쪽지를 적어 보내고, 공통점 한두개를 찾아, '우리 친구할래?' 하는 말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도 어려워졌다. 망원동 고양이들과의 첫만남에서 해태가 힘들어했듯이, 나와 다른 사람과 굳이 맞춰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지는 일이 많아졌다. 신경림 시인의 '동해 바다-후포에서' 시를 읽으며 잠시 마음을 다듬었다. 책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시들이 참 좋았다.

 

 시와 함께하는 책이라 그런지 윤동주 문학관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멋진 장소니 한번쯤 그곳에 발걸음을 해보길 추천한다. 책을 읽을때는 어쩐지 도드라지는 흐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소개되어야 할만큼 의미있는 공간이다. 시를 감상하는 것이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 시를 일부러 읽는 일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할텐데, '안녕, 해태'는 만화를 보며 시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아직 1권만 읽어보았는데, 앞으로 잔디가 겪게 될 일들이 어떨지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게 끝났다. 예지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언뜻 보이는 예지의 과거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잔디는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갈까. 해태는 무사히 어른 해태가 될 수 있을까? 이어질 2권과 3권의 내용이 기대된다. 연령을 떠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무해한 만화를 만나게 된 것 같아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