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본능 사전 - 고양이 행동 심리학자 잭슨 갤럭시가 말하는 고양이와 공존하는 법
잭슨 갤럭시.미켈 마리아 델가도 지음, 이현주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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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에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었다. 아주 어린시절 집에 지하실이 있었는데, 친척 언니가 어디서 주워온 새끼 고양이를 차마 집에서 키울 허락은 받지 못하고, 몰래 지하실에 두고 키웠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어린시절에는 무서웠다. 호환, 마마, 전쟁과 불법 비디오가 가장 무서운 재앙이던 시절, 고양이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검은 고양이는 재수없다'는 말이나, 고양이 울음소리는 소름끼친다, 고양이는 자기에게 못되게 군 사람에게는 꼭 복수를 한다, 목숨이 여럿이다 같은 말이 흔했다. 그래서 동공이 커졌다 작아지는 눈동자가, 날카로워 보이는 이빨을 드러내는 하품도 무서웠다.

 

 이상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됐다. 어린시절에 왜 그런 이상한 말들과 함께 고양이를 무서워했던가 싶게 '세상 사람들 다 고양이 있는데 나만 고양이 없'다며 엉엉 울만큼 고양이가 좋아졌다. 길냥이 만나면 주려고 소세지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도 다녔다. 고양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졌나 생각해보면 어쩌면 도둑고양이라는 말 대신, 길냥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닐까 싶다. 그쯤에서 고양이에 대한 친근한 시선도 많아지고, 고양이의 귀엽고 예쁜 사진들도 많이 본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고 동물보다 사람이 더 싫어지게 된 탓도 있지만, 말이 바뀌면서 인식도 달라지게 된 점도 큰 영향을 준게 아닐까 싶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고양이 본능 사전'을 읽었다. 책에서 고양이의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조'를 말하는데, 가장 첫번째에 사냥(H)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보기론 고양이들은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해야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집고양이들은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한 적이 없어서 계속해서 자기가 아기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귀여워서 아파트도 부수고 지구도 부수고 싶었는데, 덜컥 걱정이 됐다. 집냥이들이 자신감 결여로 있는거면 어떡하지? 친구네 집 턱시도냥이가 문득 떠올랐다. 카톡을 보내니 친구는 냥님이 원래 스트릿 출신이셔서 사냥도 해보셨을거고 벌레도 곧잘 잡고 호통도 잘 치셔서 자신감 결여는 아니실 것 같다고 답했다. 아, 또 나만 고양이 없는거지...

 

 '고양이 본능 사전'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고양이 유형에 대한 내용(73)이었다. 모히토 고양이, 나폴레옹 고양이, 아웃사이더 고양이 같은 고양이의 성격별 구분을 해뒀는데, 모히토 고양이라고 해서 반사적으로 의수를 낀 채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을 말하는 건달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외국책이라 그런지 표현이 찰떡같이 와닿지 않는 부분이 아쉬웠다. 근데 신기하게도 세가지 유형의 고양이를 다 만나본 적이 있어서 읽으면서 그 특성들은 많이 공감이 됐다. 이 밖에도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읽으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방식은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키운다는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고정관념, 잘못된 인식 등을 깨달으면서 반려동물로 함께 사는 방식으로 공존해야함을, 좋아하는 것과 진짜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또, 고양이와의 인사법 같이 아주 도움되는 정보들이 많이 있었다. 널리 알려진 눈인사도 있고, 다음에 길냥이를 만나면 꼭 써보리라 다짐한 3단계 악수법도 흥미로웠다. 처음 만난 고양이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일은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하니까. 이 밖에도 유튜브같은데서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함께 있는 집이나 개와 고양이가 함께 하는 집, 아이와 고양이가 함께 하는 집 영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동물들이 나오는 유튜브는 아주 인기가 많기 때문에 우스운 설정을 만들어 동물을 이용한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촌극도 나온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 모든 일이 주의깊은 준비와 확인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알려주고 있어, 유튜브로 보는 귀여움만을 떠올릴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는 개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은 너무 쉽게 들인다. 준비도, 사전지식도 없이 외롭거나 귀엽다는 이유로 함께 살기를 결정한다. 그러다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여러 이유를 들어 버린다. 생명이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기본적 인식이 더 교육되어야 하고,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조금만 반려동물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학대와 파양 같은 어두운 소식은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알릴 수 밖에.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은 미래의 집사들도, 이미 냥님의 간택을 받은 집사들도 좀 더 행복하게 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도록 '고양이 본능 사전'을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냥님은 집사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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