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동산 시그널 - 영리하고 민첩하게 규제의 틈새를 노려라
배용환 외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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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권에 여섯명의 전문가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뜻으로 부동산에 대해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까 궁금했다. 여섯명의 전문가가 모인 조별발표를 떠올렸지만, 다행히 책의 여섯 파트를 하나씩 나눠서 담당하고 있었다. 담당 전문가가 분야별로 있으니 좀 더 전문적으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마치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수업듣는 느낌도 나고. 수업듣는 느낌이 나서 더 좋은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한 호흡에 다 읽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 들어 파트마다 약간의 텀을 두어서 너무 한꺼번에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통 이런 유형이다. 부동산이 없거나 부동산을 소유할 여력이 없는 우리 보통의 사람들. 잠깐 다같이 울고 가자. 있는 사람들이 종부세같은 소리하며 내는 불평이야 그냥 하는 말이고, 이제 모든 욕망을 다 벗어던지고 무욕의 길로 접어든 나와 같은 젊은 세대들이 아무리 무욕하다 해도 부동산으로 돌아가는 경제 시장이 영 엉망이라는 불만은 내재되어 있다. 현생에 나와는 인연이 없을 것으로 여겨 그동안 부동산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게 궁금했다. 어쩌면 무욕 수련이 덜 되었는지도 모른다. '규제의 틈새'를 노리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만약 이사를 간다면 어떤 '시그널'을 받고 가는게 좋을지 정도만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다.

 

 전에도 부동산 관련된 책을 한두권 읽어봤지만 영어책도 아닌데 용어나 좀 알아두는데에 그치고, 대부분은 발품을 많이 팔아라'는 말로 요약될만한 맨몸 정보들을 큰 팁으로 알려주는데 그쳐서 언제나 좀 아쉬웠다. '2020 부동산 시그널'에서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공실과 다섯번째 파트인 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공실은 요즘 번화가에 나가면 오바 좀 해서 한 집 걸러 한집은 가게가 비어있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였다. 저렇게 비워둬도 건물주는 괜찮은걸까'하고 크릴새우가 물고기 걱정해주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종로거리의 1층 상가가 하루가 다르게 비워지는 것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비워두나 싶기도 하고, 거리가 휑했다.

 

 동네에 오래 비워둔 건물 상가에 코인빨래방, 무인커피숍, 인형뽑기게임기 같은 것들이 들어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왜 유행처럼 저런 가게만 들여놨나 했더니 인력부족을 줄이고 공실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책에 나와 있었다. 내가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쳤던 것들도 누군가의 전략이라 생각하니 있어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너무 빨리 포기하고 무욕하여 청빈의 생활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그래서 토지 파트가 나왔을 때는 욕망이 조금 생겨서 열심히 읽었다. 고속도로와 철도 사업, 국토종합계획같은 것을 읽다보니 서해안 지역이 정말 유망해보이고 투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재밌었다. 그럴 자금이 없다는 걸 다시 떠올리기 전까지.

 

 얼마전 지인이 경기도 권에 집을 구하려다 결국은 못구하고 급히 전세를 얻어 이사한 일이 있어 경기권 모지역에 부동산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가 책에서도 나와 그 부분도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나도 알만한 지하철 연장 지역 소식 같은 정보는 '아, 그래서 거기 아파트 들어간 사람들 지금 아주 좋다지' 싶은 생각만 들었다. 책에서 어디에 집사고 땅사십쇼 하는 정보를 주진 않지만, 책을 읽고 나 스스로가 그런 기회를 잡는 눈을 길러야 하겠지만, 막상 읽어봐도 한눈에 괜찮은 정보가 없으니 또 아쉬웠다.

 

 초등학생들의 꿈에 건물주라는 직업이 등장하는 시대. 물질만능주의 앞에서 조물주도 건물주에게 그 자리가 밀려난지 오래다. 규제의 강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나온 1%대의 금리 소식은, 역시 답은 로또 아니면 부동산 뿐인가 싶은 심리를 부추긴다. 불합리한 구조 안에서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규제의 틈새를 노'리는 일 뿐인지, 책을 읽으면서 궁금함 반, 아쉬움 반이었다. 지인 중에 셀프 리모델링까지 배우며 갭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이 책을 권해줄 요량이다. 관심과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 의미있어질 내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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