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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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초반 부분을 읽으며 2019년을 다시 점검해보았다. 아직 2019년이 적지 않게 남아있지만, 대충 올해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쪽집게 수능 강사들이 꼽은 예상 문제가 시험에 나왔을때 이런 기분을 느낄까? 2019를 갈무리해놓은 키워드 하나하나가 익숙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확실히 지난 해에 내놓은 전망이 한 해에 담겨 있었다. 그저 유행이라고 치부하고 지나갔던 것들이 왜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는지 정리된 글을 보니 나름 그 의미가 새롭고 재밌긴 했다. 문득 어쩌면 우리는 그럴 것이다,고 예상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한 해를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톤에서 매년 올해의 컬러를 뽑는 것처럼.

 

 당장 내일의 날씨도 맞추기 어려운데 내년의 트렌드를 전망해보는 이 책은 매번 점검하는 눈으로 읽게 된다. 나름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으로 어디 뒤쳐지거나 의아한 구석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트렌드 코리아'를 읽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유행의 순환이 더욱 짧은 주기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책으로 나오는 과정을 거치는 순간 그 뒤에 등장하는 것들에 대한 반영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펭수의 인기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사건 같은 정말 최근에 일어난 이슈들까지 책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이 정도의 신선함과 시각이라면 1년에 두 번 나온대도 재밌게 볼 것 같았다.

 

 2020에서 내세운 마이티 마이스라는 두문자 자체는 언제적 마이티 마우스를 끌어온걸까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 키워드 중 하나인 오팔세대와 연결해서 생각하면 또 긍정하게 되는 고리가 생겼다. 오팔세대나 업글인간같이 봤을 때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키워드들이 있었는데 2020년을 보내면서 익숙하게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로 자리잡게 될까 궁금해졌다. 반면 멀티 페르소나나 팬슈머같은 키워드들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트렌드로 꼽을만큼 신선한가 생각해봤을때 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주제들이었다. 특히 멀티 페르소나 같은 경우는 가정과 학교, 사회같이 개인의 공간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여러 모습을 한 자신이 다르게 기능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아도 늘 행해왔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어조는 긍정적이다. 특히 이러한 긍정적 시선이 '오팔세대'에 대한 부분에서 특히 잘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맞는 시니어기를 기존 은퇴와 노년의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유튜브 사용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해서 긍정적인 해석이 수긍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디지털 소외 계층'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을 더 많이 접해왔고, 실제로 부모님에 대해 염려했던 터라 뒤처짐을 비교하고 조바심을 야기하는 예시가 될까 염려도 됐다.

 

 그 밖에는 '스트리밍 라이프'라는 키워드에서 의외성을 발견했다. 아직도 MP3파일로 음악을 듣지 않으면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만큼 스트리밍과 거리가 먼 세대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를 이미 수개월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일상 깊숙이 자리잡은 트렌드 키워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확 일꺠워주는 순간이었다.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고전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꼰대인가-를  점검해보게 되었는데 스트리밍 라이프를 산다는 것이 넷플릭스를 이용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트렌드에 따라 좀 긍정적으로, 젊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관심이 안가거나 모르는 주제가 없을 정도로 트렌드를 잘 짚어냈기 때문에 누구나 읽기 좋을 것 같다. 트렌드 코리아의 출간이 올해 벌써 12번째라고 하는데 그 저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2020이라는 내년 연도의 숫자도 상징적이지만, 13년 전의 첫 기획이 연말 각 출판사마다 트렌드 시리즈 출간을 앞다투게 만들 정도로 큰 관심을 모은 책이란 점도 의미있는 것 같다. 돼지해부터 시작하여 쥐의 해까지 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 바퀴를 돈 것이다. 2020년 연말에 새로운 전환점에 선 트렌드 코리아 2021을 읽으며 한해동안 어떤 흐름들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될까, 성급하지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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