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돈을 여기저기 쓰기는 잘해도 버는 것은 그만 못하다는 것을 엄마가 알았을때, 엄마는 나에게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길 권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엄마 친구의 자제분 중 한명이 또! 하던 일을 분연히 관두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무려 돈을 잘 벌고 심지어 부모님께 효도도 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성공신화의 증인이 버젓이 존재하는 탓에 간신히 학업이라는 과정을 끝마쳐야 하는 교육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온 나는 공인중개사가 되려면 시험을 봐야하고 공부도 해야한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또 내가 부동산같은 것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데에 부차적으로, 천만으로 내가 쯩을 따서 일을 한다해도 누가 나를 믿고 거래를 하겠느냐는 불확실성에 결정적으로 엄마의 권유를 잔소리로 분류하여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경제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다.

 

 나는 조금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주로 소비를 하는 역으로 경제라는 커다란 구조물안의 77억 1346만 8100개의 블록 중 아주 작은 아무개조각이다.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을 읽기 전에 솔직히 시험하는 마음이었다. '나만큼 경제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경제를 알려줄 수 있겠어?' 하고는 나 스스로 '안될텐데.' 하고 염려도 해주었다. 나는 자동인출기에 들러 돈을 찾을 때 빼고 다른 업무를 보러 은행을 찾을 때면 매번 네이버에 은행에서 쓰는 용어나 금융상품의 개념을 검색해보고 가곤한다. 이정도의 배려도 없이 가면 나를 맞대한 상담창구의 직원이 나를 두고 지금 내가 가입하려고 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열심히 설명하고, 나는 열심히 이해해보려다 결국은 뭐 좋은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충 소중한 내 돈을 이리저리 맡겨놓고 찜찜한 마음을 안고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한 경제예능에서 나온 말처럼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나보다 윗길인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숨어있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도 책을 읽다보면 조금은 이해되는게 느껴질 것이다.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책을 읽다보면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정리되면서 '아, 이정도는 알지, 이건 알고 있었지'하고 원래 알았던 척을 하게 되기도 한다. 참 괜찮은 책이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책이었느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앙심을 품고 77억 1346만 8100개의 블록을 끌어들였지만, 책에서 결국 나와 같은 사람을 경제를 구성하는 레고블록을 표현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책에서도 '사람을 레고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40)'고 하지만 뼛속까지 문과인 나의 문수성으로는 용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작은 블록이 아니라 축을 멋지게 담당하는 커다란 톱니바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받아들이기 더 편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경제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데 그저 집중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남아있었다.

 

 이런 사소한 시비는 넘어가고 앞에서 늘어놓았던 이유 때문에 책을 읽을 때 가장 관심있게 기다렸던 것이 부동산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 하지만 집도 한 채 없는 사람이 다른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고, 우리나라 전체 주택 중에는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다. / 집도 돈도 없는 사람들은 '살면서 집 한 채 가져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거듭하다 '죽을 만큼 어렵다'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고는 세상에 불평과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한다.(106) " 같은 내용이 등장하면서 시작부터 장난질이,아니라 아니 '친절한' 경제상식이라더니 친절은 어디다두고 팩트로 불쌍한 사람을 후드려 패는 건가요. 하고 불평과 불만을 토해내며 순살처럼 발라진 멘탈을 그러안고 읽게 되었다. 경제상식은 진짜 친절하게 설명하는데 인격적인 부분에서는 좀 가차없는 것 같다. 

 

 이 밖에도 주식에 대한 부분도 재밌었다. 드라마에서 흔히 봤던 주주총회에 참여할 것만 같은 투자자들의 세계가 사실 내가 주식을 사기만 한다면 손쉽게 접근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프로야구 1군과 2군으로 빗대었는데(165), 야구응원조차 1군에서도 깡통 중에 깡통 휴지조각같은 팀에 언젠가 우승하겠지하고 탑승해 존버를 외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같은 사람은 주식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주식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나 호기심을 가져보려다가 예방까지 해주는 멋진 비유였다. 책을 읽다가 국채(국가부채), GDP(Gross Domestic Product,국내총생산) 같은 용어들이 나왔을 때도 뭐 그러려니 했지만 주담대(주택담보대출)가 등장했을때 나는 줄임말을 남용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버카충이니 문상이니 아아, 뜨아같은 말을 막 쓰면서 별다줄했던 것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겠구나 상대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경제 용어에 눈이 돌아가는 와중에 그걸 또 줄여서 말한다니, 자비없는 경제인들.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마무리를 하면서 사랑은 모두에게 각자 다른 모습이듯, 경제도 그러하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성의 상실과 탈골을 유발할 팩트 폭행 같은 것으로 가냘픈 멘탈을 부여잡은 채 그래도 조금이라도 경제에 대해 아는 교양있는 현대 사회인이 되어보겠다며 버텨온 신입은 난데없이 어리둥절해진다. 마치 '경제는 사랑입니다 여러분'하고 외치는 경제 덕후의 공허한 외침을 보는 듯 하달까. 하지만 틀리는 것에 겁먹지 말라는 응원은 꽤 괜찮았다. 생각해보니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조차 종종 빗나가는데도 그들은 -뻔뻔하게도- 계속해서 예상하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또 그러려니 듣는다. 마치 일기예보처럼. 책을 다 읽고나니 '핵심경제상식'이라고 모든 내용을 요약 정리해놓은 부분이 나왔다. 그동안 들인 시간의 비효율을 떠올리며 책은 즐겁게 읽었다만 아무래도 나는 영리한 경제활동으로 자본을 굴려 큰 돈을 만지기는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끝으로 경제와의 만남을 마무리해본다. 매주 로또를 사는 것 말고는 그저 내 생긴대로의 경제 규모를 꾸려가야겠다. 하지만 어떤 야심을 갖고 막 경제에 발을 들이려는 또다른 독자들에게는 뭐, 알아서들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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