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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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일감정이 너무나 커져있어 '국화와 칼'을 읽기 어려웠다. 책을 읽다가도 불쑥, 잠깐 접어두었다가 표지를 보다가 불쑥, 마음속에서 북한 아나운서처럼 '간악한 쪽바리들이...'하는 생각이 솟아났다. 이 격렬한 반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비이성적인 한국인이기 때문에? 혹은 정치적 선동에 휘둘려서? 백번 양보해 아, 이것이 내 내면에서 비롯된 민족주의적 성향 때문인가 싶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에 대해 일어나는 혐오는 외부에서부터 비롯된다. 대문 옆 명패에 일본 이름을 붙여놓은 한국 정치인을 볼 때 느끼는 불쾌감과 비슷하다. 니 그카이 내 그카지. 니 안 그카면 내 그카나?

 

 바로 이런 때야말로 일본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 '국화와 칼'이 도움이 될 거라는 시선도 있겠지만 국화와 칼이 가리키는 이 이중성이라는 것이 정말 그들에게 혼재해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우리가 이면이라 생각하는 어떤 모습들은 본성을 가리기 위한 가면에 지나지 않는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 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는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p.25 " 다른 무엇보다 바로 이 문장이 그들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것이 아닐까. 더불어 '거짓말을 백번하면 진실이 된다'는 그들 속담처럼 사실이 아닌 것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며내려는 습성도 있을 것이다.

 

 영화 '반딧불이의 묘'나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배우 아야세 하루카가 찍은 '진주만에 흩어진 사람'이라는 우익 다큐 같은 것을 보면 일본인의 이해안가는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쟁은 자신들이 일으켜놓고 오히려 본인들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받은 것처럼 군다. 좀 감상적으로 전쟁 때문에 죽은 가족과 친구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그게 마음 아플 수 있겠다. 그 정도로는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진짜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에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전쟁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 어쩌고 하는 태도로 자기 자신의 불행이 대단한 상처인마냥 눈물 흘리는 역겨운 셀프 동정을 보면 여기서 정상인은 어리둥절해진다.

 

 특히 저 다큐에서 한 할머니가 미국인을 보면 얄밉다고 이죽거리며 퇴역군인인 미국인 할아버지에게 진주만 공습 때 무엇을 했냐며 당신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쏴서 살해했냐고 책임을 물을때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아득해지는 어이없음을 경험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일부' 일본인들의 저런 사고와 태도가 가능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추측하려 노력해본다. 받은 것보다 더 큰 것을 돌려주면 안되는 기리문화에 어긋나는 반격을 했기 때문일까. 기리는 정확히 같은 양으로 갚아야 하는데 미국이 "피라미를 도미로 갚"아서 일본이 패전했기 때문에 피해의식에 빠져있는지 모른다. 저 두 영상자료 모두 자신의 귀한 시간을 들여 혈압 올리는데에 낭비하지 않길 바라며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 일본인은 실패나 비방, 배척 때문에 상처받기 쉽다. 따라서 타인을 괴롭히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p.223 "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저자가 일본인을 제대로 이해한건가 싶어졌다. 실패는 개인적인 것이니 어쩔 수 없다해도 비방과 배척으로 일본인이 타인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 그때는 이지메라는 말을 몰랐던건가 싶어진다. 그 바로 위에 원수에게 똥을 먹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오는데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원수에게 들키지 않도록 교묘하게 좋은 음식 속에 똥을 넣어 대접하고 상대가 알아차리는지 살폈다. 손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p223 " 는 부분에서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750만의 한국인 관광객이 먹어준다'고 발언한 일본 외무상의 발언이 떠올랐다. "손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손에 들고 지금이 읽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가,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일까 하고도 생각했다. 때때로 반일정서가 끓어오르는 사건이 터지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불매운동이라는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드물다. 나라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즘의 시류가 반갑다. 이제 시작인데 불매운동은 아직 잘 진행되고 있을까, 장기적으로 참여해서 습관처럼 되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읽으면서 어떤 객관을 찾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들이 가진 음습함에 대해서는 한번 더 짚어보게 된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일본에 대한 분석이 필요치않다. 일본에 대해 몰랐던 서양인들이야 처음 일본이라는 적을 마주하고 이게 대체 뭘까 싶은 당황이 몰려왔겠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 명백히 그들에 대해 경험으로 쌓아온 내력이 있으니.

 

 쓰고보니 객관적이지 못한 리뷰를 쓴 것 같아서 아쉽다.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애국심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어진다.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일본의 태도가 좋지 못한 탓이 더 클수도 있지만, 나의 소견이 아니라 이순님 장군님의 피셜로도 " 왜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예로부터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답담도사종인금토패문] " 라고 하셨으니 대부분 팩트에 기초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더 차지게 비판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객관성에 있어서는 덜 아쉬운 마음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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