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이기의 기술 - 죽도록 일만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25가지 커리어 관리의 비밀
존 에이커프 지음, 김정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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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받는가! 우리 내면의 광활한 우주와 은은히 풍겨나오는 인덕같은 깊이는 아니더라도, 성인이 되고 밥벌이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혹은 능력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 직업에서 드러난다. 어느 무심한 서랍 구석에 회사에서 나온 명함이 잔뜩 쌓여있다. 가끔 명함이 필요한 만남이 있을 때 평소에는 그저 징글징글하게 생각하던 밥벌이가 갑자기 단단히 뭉쳐져 '이게 접니다'하고 타인에게 새겨지는 나의 한 조각이 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우리 물질세계로 내려와서 보면 우리는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때로 특정 직업을 선망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가진 직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를 통해 판단하고 가치를 둔다는게 맞을지 모른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꿈이 연예인이고 유투브같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인 세상이다. '몸값 높이기의 기술'은 꽤 노골적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세상에 몸값 높이는 기술이 있다니 궁금할만도 한데, '죽도록 일만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25가지 커리어 관리의 비밀' 이나 '회사가 우리를 구원해줄 것 같아?' 같은 문구를 곁들인다. 

 

 꽤 단호하고 신랄한 어조로 조언을 하는 편이다. 제안하는 방법들이 좀 판에 박힌 듯해서 아쉬웠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시간'에 집중하라(p.164)는 부분은 뼈를 맞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기술은 나중에도 배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마 내년쯤? 아니면 한 5년 후쯤? 아니면 영원히 못 배우든가. (p.165)" 부분에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프로젝트 101' 시즌2에서 가희가 남긴 명언이 떠올랐다. 내 새끼 데뷔시키려다 갑자기 팩트로 두드려맞고 순살된 시청자가 넘쳐난다는 명언이니 나태한 자신을 깨우칠 조언이 필요하다면 검색해봐도 좋겠다.

 

 재밌는 부분은 매일 정시에 출근하라는 조언(p.134)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정시 출근은 복지가 좋은 직장의 조건 중 하나일 뿐 암묵적으로 업무시간보다 일찍와서 늦게가는 곳이 태반이다. 우리 저정도 규칙은 지키고도 남으니 기본적 커리어 관리는 하고 회사생활하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의 퇴사는 왜 늘 불행할까(p.201)' 이 부분은 본 내용은 좀  제목 자체가 의아했다. 가슴속에 삼천원, 아니 사표를 항상 품고 다니는데 퇴사란 인수인계도 콧노래부르면서 하게 만든다는 마법의 단어 아니었던가.     

 

 이쯤되면 이런 간접적이고 두루뭉술한 조언을 비법처럼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쉽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도 그 바닥에서 밥 벌어먹고 사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다. 무슨 공부를 더 해야하는지, 자격증은 뭘 준비해야 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지, 이직하려면 어떤 업무를 도전해서 경력을 쌓아야 좋은지 다 안다.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사실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어려운 길은 안가고 싶다는 회피에 가깝다.  

 

 덧붙이건데 '늦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늦은 것'이라는 한국사회에서 보기엔 좀 외국식 사고방식인 듯한 느낌도 든다. 직장에서 이런 행동은 좀 튀겠는데, 뒷말 나오겠는데 싶은 느낌. 튀면 어떠냐 싶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모나서 정 맞을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소극적인 마음이 든다. '몸값 높이기의 기술'은 이런 소극적인 마음에 등을 떠밀어주는 도움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거기에 내 커리어에 맞춰 몸값을 올릴 수 있을만한 소스가 들어있을 것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것이다. 그런 비밀이 있었다면 이미 우리의 커리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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