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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전에 읽은 어피치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처음 나오는 짧은 문장들이 한 단락이고 그 뒤로 줄글이 좀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지나도 안나오길래 한번 쭉 훑어봤더니 줄글이 없었다. 작가가 다르니까 구성도 다르구나 시리즈로 나오고 있지만 통일된 구성을 유지하는 건 아니었나보다. 독특했다. 생각해보니 어피치 책은 어피치같은 분위기가, 튜브는 또 튜브같은 분위기가 난다. 튜브라면 아마 긴 글은 안쓸거같다. "요즘 잘 지내니? 잘 지낼까 봐 묻는 거야.(p.13)" 여기서 이미 튜브의 향기가 난다. 까칠하고 삐딱하고 그런.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를 읽게 되면서 이번 작가가 하상욱이라는 걸 알고 좀 애매했다. 순간의 번뜩임이 있는 재치있는 작가라는 건 알지만, 요즘 이런 류의 책들에 따라붙는 차가운 시선이 의식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느끼기에 좀 가벼울 수도 있는 하상욱 작가의 글이 함께한다면 전에 '어피치' 책이 나왔을때 제목에 따라붙은 부정적 시선 못지 않은 쓴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됐었다. 확실히 내용이 가볍긴 하다. 내용이 가볍고, 글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문장들이 25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나 이어져있다는 게 아쉬웠다.
이 책을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몇 개의 짧은 문장들이 주는 공감에 잠깐 즐거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었다. 튜브 캐릭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나, 프로필 문구로 해두면 은근히 주변에 있는 진상을 저격할 수 있을만한 문구를 한두개 얻을 수 있다는 것 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뭐 꼭 마음 속에 무언가를 남기기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이고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말들도 '들을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의 독자들은 짧은 문장들로 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읽기도 편하고, 재밌고, 최대한 간결하게 남에게 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운 말들을 솔직하게 담아냈으니. 카톡 안하고 페메 쓴다는 요즘애들이 아직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여름방학 때 읽을 책 목록에 넣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모르겠는게, 새삼 내가 멀리 지나왔구나 싶어진다. 잘 모르는 상대에게 추천이라니 이상하지만, 그때쯤 이런 삐딱함이 조금씩 마음에서 자라나니까 공감도 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이쯤에서 꺼내보는 문제는, 제이지 책은 언제 내줄 것인가.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아픈 손가락 같은 제이지라 비인기멤의 행보가 신경쓰인다. 절대 강자 라이언부터 일본에서 더 잘나간다는 어피치에 이제 튜브까지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 더 나올 시리즈라면 '제이지 날 안좋아해도 괜찮아' 뭐 이런 제목으로라도 책을 내주길 바래본다. 솔직히 라이언같은 사람이 소수고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다 '우리는 모두 제이지였다'고 해도 될만하지 않나. 앞으롯의 시리즈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