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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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 갈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 책이 정말 재밌어질까 의문을 가지며 읽었다. 제법 두꺼운데 어느 정도 분량이 지나갈 때까지만 해도 물에 뭐가 있다는건가 싶었다. 재밌게도 물에 뭔가 있다고 하면 상어를 떠올리지 않나 싶은데 바로 그 뭔가를 발견하기 직전에 상어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진짜 상어인가 싶어졌었다. 그리고 그 뒤에 상어같은건 뭐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다. 로또에 아직 당첨되지 못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원할만한 것이 그 안에 있었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고 난 뒤로는 처음에 느꼈던 딱딱함과 끊어짐도 점점 호흡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그 전까지는 종종 문장이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데, 긴 것보다 나을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골똘히 생각해봤다. 내가 답을 내기는 어려운 주제였지만 '썸씽 인 더 워터'를 읽고나니 좀 생각해보게 된다.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정의, 옳은 것을 좋아할까 아니면 주인공의 승리를 좋아할까. 에린의 행동들이 딱히 좋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궁금해졌다. 에린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린을 응원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에린이 한 행동이 어떻든 주인공이라 인식한 사람의 행동에 이입하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 것일까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는 에린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를 응원하며 책을 읽었다. 어쩌면 나쁜 것도 좋아하고, 주인공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정의와는 상관없이.

 

 솔직히 좀 얕잡아 본 것도 있다. 배우 출신의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뭐 얼마나 대단할까 싶은 생각이 있었다. 처음에는 확실히 좀 그런 면이 있었다. 두서없는 것 같은 짧은 문장들이 이리저리 오가면서 전개될 때. 그런데 확실히 사건이 두각을 드러내고 난 뒤부터는 점점 재밌어졌다. 일반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생겼는데, 그걸 아슬아슬하게 극복해가는 과정이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꽤 멋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렇게까지는 머리가 안 돌아갈 것 같다. 씨씨티비 기록을 지우고 뭐 이런 일들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망했다 러시아 마피아라니 나는 죽었구나 하고 말 것이다.

 

 주변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나오는데 이리저리 얽혀서 끝까지 이어지는게 좋았다. 다만 카로의 등장이 뜸해진 건 아쉬웠다. 에린의 삶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 것이 이유긴 하지만 처음 마크와 만나게 된 계기나 마크의 실직에 대해 상담할때도 중요하게 나올 것 같았던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에린과 같이 한숨돌리고, 문득 카로에 대한 언급이 후반부에 없었음이 떠올랐었다. 어쩌면 그게 에린이 이제 선을 넘어서 선 저편에 있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확실히 에디나 알렉사 같이 그녀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주위에 더 가깝게 있게 됐으니.

 

 가장 크게 자리잡은 것은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할 줄 아는 유일한 수영, 그것도 간신히 떠 있는 수준일 뿐이지만 배영으로는 물 속에 있는 뭔가를 발견해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수영이랑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뭘 좀 알아야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 아닌가. 최소한 전 주의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해서 이번주에 찍지 않는 성의 정도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번 여름 휴가지로 찾은 곳에서 의문의 가방을 발견했다면, 그런데 그 안에 엄청난 금액의 돈과 보석 등이 들어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썸씽 인 더 워터'를 읽고 휴가를 떠나는 기차, 차, 비행기 등 안에서 상상해본다면 여행의 즐거움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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